한나라당이 26일 여야 3당 총무회담에서 합의된지 불과 수시간만에 자금세탁방지법의 표결처리에 응하지 않겠다며 당초 합의를 번복하고 '재협상'을 선언, 오는 30일로 예정된 개혁법안과 총리.행자장관 해임건의안처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총재단회의를 가진 후 권철현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자금세탁방지법에 대해 27일 여당과 재협상을 시도하되 여당이 반대할 경우 표결처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창화 총무는 이에대해 "한마디로 자금세탁방지법은 표결처리를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재협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표결처리를 안할 경우 여당의 표결처리 시도를 실력저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피하고 27일 재협상 결과 이후로 답변을 미뤘다.
권 대변인은 자금세탁방지법의 재협상 필요성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광범위한 계좌추적은 영장 제일주의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여당이 새로 추진하는 안은 연결계좌에 대해선 검찰을 거쳐 영장을 발부받은 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 대변인의 주장은 착오이거나 재협상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 대변인도 "검찰 계좌추적도 견디기 어려운데 FIU의 포괄적인 계좌추적을 당할 것에 대해 의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합의번복의 배경을 설명했다. 영장주의든 아니든 FIU에 계좌추적권을 주는 것 자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야당 의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뒤집어보면 결국 정치자금을 자금세탁방지법의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셈이다.
회의에서 국회 재경위 간사인 안택수 의원이 "당초 재경위에서 관련법을 법사위로 넘길 때 정치자금은 포함되지 않았고 광범위한 계좌추적권이 없었는데 법사위에서 일방통과시켰다"고 이의를 제기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회창 총재의 '결단'으로 정치자금이 포함되게 된 만큼 드러내놓고 원천무효를 주장할 수 없어 계좌추적권 불허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들이다.
더구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혐의가 있는 정치자금의 경우 FIU가 1차로 선관위에 통보토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당사자에게 통보되도록 한 당초 여야 합의안을 수정해 검찰에 곧바로 통보토록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합의번복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합의를 번복함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가 추진되어온 대표적인 개혁입법인 돈세탁방지법은 제정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으며, 이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비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개혁입법과 총리 및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일괄처리키로 한 여야 합의의 틀이 깨짐으로써 남은 임시국회 운영 자체가 혼미한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