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역사교과 왜곡관련 한·일 정상 전화논의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7일 오후 전화통화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일본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정부는 재수정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고노 전 외상의 발언 등을 통해 재수정이 아닌 외교적 해결을 시사한 바 있어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종전의 일본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긴 했다. 그러나 '원만한 해결'이 곧 재수정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날 통화에서 김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 이 문제가 한국에서 심각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한일관계 기조가 이번 교과서 문제로 손상을 입는다면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한일 양국은 과거사에 대한 직시를 강조한 바 있다"며 "일본정부가 성의있고 적극적인 대처를 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내의 강경한 분위기와 김 대통령의 걱정을 알고 있으며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국적인 견지에서 어떻게 하면 한일관계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긴밀히 연락하며 지혜를 모아가자"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같은 반응은 재수정 불가라는 지금까지의 일본정부 입장과는 분명히 다르다. 재수정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낳게 한다.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신임 외상이 27일 외무성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대해 "아직도 이런 교과서를 만들어 사실을 왜곡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같은 해석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정부내에서는 교과서 왜곡문제가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하고 있는 흐름을 타고 고이즈미 총리가 당선됐다는 점에 비춰 현재로선 재수정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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