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군대에 보내주세요".'박노항 병역비리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는 '군면제'를 반납하고 오히려 군에 가려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군대에 가지 않는 이른바 '신의 아들'보다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쳐 '인간의 아들'로 떳떳이 서려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망막에 이상이 있어 군면제 판정을 받았던 홍모(23.대구시 수성구 수성2가)씨는 친구들이 입대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부러웠다. 홍씨는 "남자로 태어나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얼마전 병역처분 변경을 신청, 재검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군에 가기 위해 눈에 좋다는 약을 먹고 병원에도 다닌 홍씨는 "현역이 아니라면 공익근무요원이라도 갔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육군장교가 꿈인 서모(21.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도 고도난시로 판정받아 군대에 갈 수 없게 됐다. 서씨는 "면제 판정을 받던 날 실망하시던 아버지의 얼굴을 잊을 수 없어 병역처분 변경을 신청했다"며 "돈을 내서라도 군대에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은 지난 99년부터 병역 면제자들의 재검 신청요구가 많아져 '병역처분 변경신청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청 건수는 99년 19건, 지난해 23건, 올해는 4월까지 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또 한해 10여명이던 현역 기피자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성취감을 얻기 위해 군에 가려는 젊음이들도 많다. 공수특전사 경우 지원자가 지난해 867명, 올해엔 지금까지 414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여군으로 전역한 이모(23.경산시 자인면)씨는 군에 대한 추억 때문에 특전사에 다시 지원했다. 이씨는 "여자가 다시 군에 가고싶다고 하자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군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장기복무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방병무청 김찬진 계장은 "예전엔 군에 가지 않으려는 젊은이와 부모들 때문에 신장이나 체중 등 면제사유를 없애고, 투명한 신체검사를 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요즘은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며 반가워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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