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지지 않는 학교 폭력서클

중학교 2학년인 이모(13)군은 일진회 선배들과 형제처럼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90°허리를 구부려 인사하는 '인사'예절, 식사후 물을 대령하는 '식사'예절, '형님이십니까'하며 전화받는 '전화'예절 등 이들만의 예절은 깍듯하게 지킨다. 또 학교, 동네간의 '주도권' 싸움이 있을 경우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서서 싸운다. 간혹 선배들에게 예절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놀이터 등지에서 몽둥이, 주먹, 발 등으로 구타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 날로 잊어버린다.

학원 폭력서클 '일진회'가 숙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내 상당수 중고교, 특히 중학교에 많이 조직돼 있고 여학생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5일에는 폭력서클 '일진회'를 결성, 가입을 거부하는 후배들을 수차례 폭행한 7명의 여고 1년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일진회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가입을 강요했지만 거부하자 꿇어 앉힌 채 주먹과 발로 온몸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것.

이처럼 일진회는 소위 싸움 잘하는 학생을 스카우트하거나 가입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사이의 '짱'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세워놓고 두들겨 패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 되거나 서로간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일진회는 일본 폭력조직을 다룬 만화중 '가장 싸움을 잘하고 잘 노는 일진'에서 나온 용어. 일진회라는 이름아래 학년당 평균 5~10명이 모여 서클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 반면 단지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끼리 뭉쳐 다니는 것이 일진회로 불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세'를 과시하며 몰려다니거나 다른 학교 및 동네와 주도권 싸움을 벌일 때 나가서 학교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고작이지 학원내에서 친구들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강요에 못이겨 일진회에 가입한 김모(14.중3)양은 "친한 친구들이 가입하는 바람에 따라 들어갔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금품을 뺏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 "상당수 중학교에 일진회가 결성돼 있고 서로 알고 지내지만 일진회 선후배 및 학교간에 이름을 날리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건찬 국장은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학교 등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때 과격하고 집단적인 행동을 한다"며 "청소년들의 비건전한 또래문화인 폭력서클은 지속적인 관심과 계도로 예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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