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세계화

어느덧 온 산천이 싱싱한 푸르름을 두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미인을 선발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필자가 미스코리아 지역선발대회에 심사를 본 적이 있다. 막상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밖에서 염려하던 소문과 달리 심사가 매우 공정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미인의 기준이 우리 여인네의 아름다움보다는 서구의 미인기준을 일편 추종한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참가 미인들의 얼굴이며 입은 드레스, 화장술이 누구랄 것 없이 똑같은 것이다. 여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서양인형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가 구호로 외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물론 필자도 이 구호에 대해 나름의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비단 미인대회 뿐이겠는가.

그 나라의 정체성을 일컬을 때 그 나라의 문화를 내세운다. 또한 문화는 다른나라와의 경쟁력에 있어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문화는 인간의 관념과 행위를 통제하는 무서운 힘이다. 우리가 어떠한 문화를 지니고 있느냐의 문제가 이 때문에 중요하다. 좋은 문화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 행복한 국민이 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안다. 그래서 세계화라는 패러다임이 한국을 뒤덮고 있다.

필자는 이런 이데올로기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는 막연히 한국적인 것이라면 모든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는 제한적 보편성을 갖는다. 세계화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계인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속성을 우리 것에서 찾아내 특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보편적 속성을 알아내 역으로 그것을 한국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옳다면 한국적인 것에 숨어 있는 세계적인 것을 찾던지, 세계적인 것을 한국적인 것에 흡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지 않을까. 우리 정체성을 가지고 세계화를 바라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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