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의달...해외입양 연간 2300명

50고개를 넘긴 박태남(51·여·대구시 북구 구암동)씨에게는 두살배기 딸이 있다. 이웃들은 '대단하다' '주책 아니냐'는 얘기들을 하지만 박씨는 좀처럼 대꾸를 하는 법이 없다. '제 딸 예쁘지 않아요'라는 웃음외에는.

희성이와 박씨는 대구시내 한 복지시설에서 만났다. 외환위기 여파로 많은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던 98년 가을무렵, 박씨는 태어난 지 사흘째인 희성이를 선뜻 안았다.

"부모한테 버림받아 외국에 입양된 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마약중독으로 철저히 망가진 한 입양아의 사연을 들었어요. 나이가 더 들기전에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라 '입양' 결심이 서더군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남편 김능삼(54)씨도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고민이 없지 않았다. 나이 쉰을 넘어선 박씨 부부로서는 희성이가 완전히 자랄 때까지 경제적으로 버팀목이 되어줄 자신이 없었다.

"20대로 큰 남매의 동의가 필요하겠더군요. 뜻밖에도 아이들이 한 술 더 떴어요. 부모님의 능력이 모자라면 남매가 책임지겠다고요. 희성이를 얻은 것도 큰 소득이지만 내가 낳은 아이들이 '저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도 컸어요"박씨 부부는 희성이를 데리고 온 다음 날 자신들의 호적에 희성이를 올렸다. 혹시나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는 갈등 때문이었다.

국외입양 세계 1위라는 나라에서 입양아를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남편 김씨가 '바람을 피워 딸을 얻었다'는 소문이 툭하면 들려왔고 친지들이 희성이를 보는 눈마저 곱지 않았다.

"바람 피웠다는 누명 때문에 여러 번 싸움이 났어요. 친지들은 저희 부부가 희성이를 호적에 올린 사실까지 알지만 집안묘소에 새겨진 '좌판'에 희성이 이름을 쏙 빼놨어요. 고작 2년여를 키웠지만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요. 남의 아이를 내 자식처럼 키우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남편 김씨는 지난 2년여 동안 겪었던 속내를 털어놨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아이들 틈에 끼여 사는 박씨 부부. 희성이를 키우는 마음처럼 어린이집 원생들에 대한 부부의 사랑도 각별하다.

"제가 허리가 좋지 않아 젊은 엄마처럼 자주 안아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미안해요. 이웃에게 '사랑'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목표예요" 늦깍이 엄마 박씨는 국내입양이 늘어나도록 많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을 갖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입양은 △97년 1천412명 △98년 1천426명 △99년 1천726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1천686명으로 다소 줄었다. 해외입양은 최근 5년간 연 평균 2천300여명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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