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청소년을 생각하며

스승의 날이 되면 잊지 않고 나를 찾아 주는 제자가 있다. K병원 의사로 근무하는 그 제자는 모자란 점이 많은 필자를 평생 잊지 못할 스승으로 삼고 있노라 고백하면서,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선생님의 은혜가 너무도 컸노라 공치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제자를 위해서 뚜렷하게 도움을 준 게 없는 것 같다. 특별히 그 학생을 편애한 기억도 없고,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잘 가르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 학생을 처음 만난 것은 내가 교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담임을 맡은 학생도 아니었는데, 첫 수업시간부터 괜히 그 학생에게 관심이 갔다. 체구가 작고 몸이 허약한데다 성격도 매우 내성적으로 보여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으로 그 학생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려고 만날 때마다 어깨도 툭 치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짓궂게 "이놈 좀 컸나 보자"하며 고추(?)를 잡으려고 하면 녀석은 질겁하여 달아났고, 나는 껄껄 웃으며 달아나는 녀석의 머리에 알밤을 먹이곤 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전부였건만 그 학생은 늘 나를 떠올리며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기대가 크다 보니 각계각층에서 학교에 요구하는 것도 많고, 대학입시를 비롯한 교육정책이 자주 변하여 혼란도 심하다. 이런 시대에 참다운 교사상을 정립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교육 정책을 뛰어 넘어 교사에게는 변함없이 요구되는 하나의 덕목이 있다. 그것은 전문 지식을 잘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학생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 모두가 진정으로 할 일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으로 허덕이는 청소년들을 위해 참된 사랑을 베풀어주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중앙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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