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장 '슈퍼맨 스트레스'

경제난속에 가장들이 무너지고 있다. IMF이후 실직과 임금삭감의 회오리에 휘둘리고 있는 가장들은 생활고, 가정불화, 자녀문제 등에 시달리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하루 평균 100여명의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경제문제 및 부부간의 갈등으로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가장들이다.

공무원인 김모(47)씨는 시댁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아내편을 들어주지 않다 쫓겨나 넉달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이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귀가를 위해 아내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모(42)씨는 평소 집에 들어와서 '쉬기만 한다'는 이유로 아내와 자녀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원 김모(37·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씨는 "급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활비조달마저 힘든 지경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결혼기념일에 제구실을 못하다보니 가장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한숨을 지었다.

지난달말 김모(40)씨는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맸다. 김씨는 자신이 다니던 금융기관이 2년전 다른 금융기관과 통폐합되면서 일자리를 잃은데다 신병까지 악화하자 올들어 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에는 3년전 섬유공장에서 실직당한 뒤 자녀 5명 가운데 한명도 출가시키지 못한 것을 비관하던 이모(60)씨가 대구시 달서구 대덕산 소나무숲에서 극약을 마셨다.

중로정신과의원 유보춘(41) 원장은 "과거에는 환자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는 중년 여성들이었으나 요즘은 실직을 했거나 실직 불안에 시달리는 남성 가장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대병원 강병조(58·정신과) 교수는 "경제적 문제와 가정불화 등으로 삶을 비관하거나 가장의 권위를 상실당해 우울증세를 호소하는 가장들의 상담이 많다"며 "가장들 스스로 가부장제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인정, 마음을 편하게 갖고 가족들도 가장에 대한 이해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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