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입대게 판친다

동해 연안에서의 대게 어획량이 급감하자 수입품이 판 치기 시작했다. 한일 어업협정으로 '근해 대게'조차 잡기 힘들게 된 뒤 나타나고 있는 현상. 그 때문에 수입품이 연안산으로 둔갑돼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까딱하면 속을 일.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것일까?

◇연안 대게, 근해 대게, 수입 대게= 대게는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한자로 죽해(竹蟹)라 쓴다. 또 크기를 중시해서 대해(大蟹)라고도 한다.

그러나 대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 연안 16㎞ 이내 수심 200~800m인 해역에서 잡히는 것을 '연안 대게'라 한다. 이 수역에는 왕돌암(혹은 왕돌잠.왕달잠)이라는 바위군과 깨끗한 모래가 펼쳐져 있어, 대게가 그 곳에서 사는 것이다.

이에 대비되는 것이 '근해산'. 독도나 일본 근해의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대게이다. 또 러시아.북한에서 수입한 것은 '수입 대게'라 한다. 북한 경우 특히 함경북도 연안 냉수대에 많이 산다.

연안.근해 대게 거래량은 어느 항구에 대형 선박이 많으냐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어선은 영덕보다 후포(울진)나 구룡포(포항)에 더 많다. 작년 수협을 통해 집계된 대게 어획량은 영덕이 188t(25억7천만원), 울진은 383t(47억3천만원)이었다. 그러나 직거래되는 양이 오히려 적잖아, 앞의 통계만으로 판단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구룡포에서는 2년 전 한일 어협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근해 대게가 많이 잡혀 와 거래됨으로써, 구룡포가 집산지로 알려지기도 했다.

◇수입 대게 급증= 먼저 줄어 든 것은 연안 대게. 20년째 연안에서 대게를 잡고 있는 영덕의 김수원(56. 축산면 경정2리)씨는 "4~5년 전만해도 연안에 대게가 많았으나, 올해는 작년의 3분의 1도 채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마구 잡느라 씨가 마르고 있는 것. 이걸 막기 위해 6~10월 사이엔 잡지 못하게 금지돼 있다. 또 숫자를 늘리기 위해 위해 암컷(방게)은 어떤 경우에도 채포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그마저 안지켜진다. 포항해경 나종섭(45) 경사는 "맛이 좋다며 방게를 찾는 사람이 많다니 어민을 아무리 처벌한들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했다. 여기다 한일어협 이후 일본 연안 어장을 잃은 어선들이 연안으로 몰리면서, 연안 대게 잡이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왕게(큰 게 전부 합계) 수출량은 1997년 734t에서 1999년 486t으로 줄었다.

이것은 근해 대게마저 판매량이 줄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 후에는 자연히 수입 대게 비중이 급증했다. 그 탓에 대게의 본고장이라는 영덕.울진 등에마저 수입 대게가 섞여 들지 않나 의심이 높아졌다. 영덕군청 김정규 해양수산과장은 "강구항 횟집에서 팔리는 대게 중 연안산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70%는 근해산, 20%는 수입품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왕게 수입량은 1998년 296t에서 1999년 578t으로 증가했다.

◇연안.근해.수입 대게 구별법=연안산은 우선 등쪽이 불그스럼한 주황색을 띠되 배쪽은 흰색에 가깝다. 쫄깃쫄깃한 단맛이 난다. 가격(상품)도 마리당 8만∼10만원은 줘야 한다.

그러나 근해산이나 수입품은 4만~5만원 정도에 그친다. 그 중 근해산은 등의 주황색이 덜하고 몸이 길며, 다리도 상대적으로 굵다. 연안산과의 구별이 쉽잖은 편. 맛이 다소 떨어지나 수입품보다는 좋은 편. 수입품은 등이 바위빛 암갈색을 띤다. 길이가 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연안 대게를 고르려면 △등에 주황색 윤기가 짙고 △몸에 비해 다리가 가늘고 긴 지 유심히 보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도 △배 쪽을 눌러 물렁물렁한 것은 피하고, △들어 올렸을 때 집게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좋으며, △삶은 대게라도 같은 크기에서 더 무거운 놈이 좋은 것이다.

◇연안 대게 보호만이 어민의 살길= 대구지검 영덕지청은 1998년부터 '왕돌잠 가꾸기 운동'을 펴고 있으며, 영덕군청도 지난달에 국제 심포지엄을 여는 등 애를 쓰고 있다. 어민들도 점차 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잡는 기간을 한달 더 줄여 11월에도 금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울진.황의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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