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골프장 사업 1년만에 무산 위기

포항시청과 상의가 손잡고 지난 일년여간 추진해 온 '포항골프장' 조성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왜 골프장인가?=시청과 상의는 지역 골프 인구를 1만5천명 정도로 보고, 이들이 외지에 갖다 주는 돈을 연간 400억∼5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항에는 골프장이 없기 때문. 그래서 역내에 골프장을 만들면 그 돈의 80% 가량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연간 25억원쯤의 세금 수입이 새로 생기고, 상용 200명 규모의 고용 늘리기 효과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계산 아래 조성 사업이 작년 초 추진되기 시작했다. 시청은 지역 5대 중점사업 중 4번째 중요 사업으로 책정했고, 상의는 창립주주 모집 등을 분담했다. 조감도가 제시됐으며, 부지 주인과의 의견 조율도 추진했다. 작년 하반기엔 송라면 대전리 일대 98만4천㎡를 최종 후보지로 정했다. 이곳은 이미 사업인가도 나 있는 곳. 올 초에는 창립주주 회원 모집이 시작됐다.

예상되는 전체 공사비는 600여억원. 그 중 200억원은 각 2억원씩 100명의 주주를 모아 만들기로 했다. 나머지는 건설 업체가 맡아 외상 공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드디어 지난 2월 열렸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회의에서는 정장식 시장이 "상반기 중 착공"을 강력히 시사하고, 3월엔 관심 가진 9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서울에서 민자유치 설명회도 열었다. 시민들도 순탄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해 보니 어려움 천지=시청측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창립주주 50명(100억원)만 모으면 상반기 중 착공도 가능하다는 것. 이미 30명 가량 확보했다고 했다.그러나 상의측은 상당히 회의적. 주주 모집이 넉달이나 지나도록 지지부진한데다 나머지 공사비를 외상 부담키로 했다는 지역의 ㅍ사마저 "대금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것.

이에 상의는 "시청측 말에 따라 ㅍ사가 외상공사를 해주는 것을 전제로 일을 추진해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할 방법이 있겠느냐"고 덩달아 돌아서고 있다. 사업 실패 때 터져나올 비난 여론을 우려, 포기도 빠를수록 좋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시청.상의 갈등 양상까지=이렇게 된 뒤 상의 관계자는 "시청이 지나칠 정도로 안이하게 대응해 난관에 부닥쳤다"고 원망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나 시청측은 "주주 모집이 어려운 것은 경기 악화, 포철.계열사 및 지역 재계의 성의 부족 때문"이라는 식. 상의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주주모집 성과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일이 꼬이자 "누가 건설 주체이냐" 하는 원론에서까지 이견이 나오고 있다. 시청측은 "민자 사업인 만큼 상의가 주체이고 시청은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입장"이라 했다. 반면 상의측은 "시청이 주체이고 상의의 역할은 민자 유치만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초적 사안 조차 정리가 안된채 일이 추진됐다고 비난받아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뒤 시청측은 "이제 와서 상의가 손을 뺀다면 다른 민자 사업자를 내세워 추진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 일부에서도 3∼4개 지역 큰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맡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그런 발상에는 시민 여론이 절대적으로 부정적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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