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 속의 한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지난 30년간의 눈부신 경제성장 덕이다. 하지만 개발 논리와 거센 정치적 소용돌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많은 질곡을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서구 대중문화는 별다른 여과장치없이 마구잡이로 국내에 쏟아져 들어와 외래 문화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990년대부터 지식인을 중심으로 외래 문화로 인해 크게 위축된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문화정책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이 각종 토론 자리에서 머리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의 시대는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영국이나 프랑스의 국민들이 문화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들이 예술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많이 소장해 즐긴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예술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 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책을 읽거나, 미술품을 감상하거나, 음악회를 다녀와서 서로 자기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반성하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곧 문화수준을 평가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내년에 월드컵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열리게 된다. 세계인의 시선이 양국에 쏠리게 된다. 월드컵 축구경기에만 모든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우리와 일본의 문화 수준에 초점이 맞추어 질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불편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최신 시설의 공항이나 경기장, 호텔, 미술관이 있더라도 탁한 공기와 소음, 자연과 환경을 무시한 건축물들, 난폭 운전과 혼잡, 무표정한 얼굴과 불친절 등은 당장 그들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 대한 평가는 자명해진다.
아무리 월드컵이 경제 유발효과가 크다고 할지라도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와 의식수준이 왜곡되게 비춰진다면 오히려 손해다. 5천년의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지금부터라도 우리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생활 규범과 질서를 바르게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격언이 문득 생각난다.
한지공예가.대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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