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32)씨, 태권도 5단에 학창시절 육상선수까지 지냈던 두 아이 엄마다. 태권도 경력 19년, 육사 태권도 교관, 제 1회 경북 여자 태권도 최우수 선수, 국제심판, 여자 관장 대구시 1호, 파호 초등학교 태권도 명예교사…게다가 털털하고 큰 전화 목소리, '힘 꽤나 쓰겠다'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만나본 박영숙 관장(대구시 달서구 삼성 명가타운 그린피플 체육관)의 얼굴에서 전사의 이미지를 찾기는 어렵다. 거친 주먹과 유난히 빛나는 눈이 보통 아줌마가 아니라는 걸 짐작케 해줄 뿐이다.
"태권도 선수가 아니었다면 연예인이 됐겠지요". 박 관장은 미인이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장을 찾은 엄마들은 그녀가 태권도 5단이라는 사실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곱살하게 생긴 여자가 태권도를 하면 얼마나 할까?' 그러나 붕붕 날아다니고 키보다 높이 발을 차올리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란다.
남자와 싸우면 이길 수 있느냐는 말에 생각해보고 말 것도 없다는 듯 "그럼요" 하고 간단히 말했다. 웬만한 남자라면 '내려찧기' 한번으로 보내버릴 수 있단다. 처녀시절엔 치한을 상대로 격투를 벌여 병원으로 보냈던 적도 있었다. 치한이 되레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날려버렸던 것. 태권도 유단자인 남편과의 부부싸움에서도 이긴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래도 뒷일이 걱정됐던지 "남편이 양보하는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그녀에게 내숭이란 없다. 한마디 물어보면, 해설까지 곁들여 청산유수 장광설이다. 일에도 거침이 없다.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그녀는 마음먹은 태권도 도장을 열었다. 직접 홍보 전단지를 겨드랑이에 끼고 온 동네를 뛰어다녔단다.
박 관장은 일단 시합에 나서면 거칠게 변한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고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오래 전에 상처 입은 코에는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다.
박 관장은 20세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그 후 지도자 전문 수업을 받았고 지도자로 나섰다.
"태권도 유단자라고 누구나 가르칠 수는 없지요. 가르치는 데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 판소리와 타령 개인레슨을 받는다. 그렇게 배운 솜씨를 체육관을 찾는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한다. 어린 관원들과 함께 아파트 노인정을 찾아 어깨 주무르기로 봉사정신도 가르친다. 그녀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가를 아는 사람 같았다. 박 관장은 또 내일 어버이날 명가타운 노인정에서 노인 위문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사비를 들여 사물놀이 패를 불렀다. 그녀와 어린 관원들은 판소리와 타령을 부르기로 돼 있다.
대구시 달서구 파호동에는 착하지만 힘센 여전사가 살고 있다. 뒷골목에서 침 꽤나 뱉고 다리 꽤나 흔드는 '동네 아지아(아저씨)'들은 이제부터라도 몸조심을 해야겠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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