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곽수일 칼럼-인터넷 속도 따른 경기변동

인터넷은 우리 생활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얻는 정보 때문에 우리 생활에 여러 가지 의사결정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우리가 냉장고를 사려고 할 때 예전에는 가전제품 대리점을 여기 저기 다니며 가격을 비교한 후에 구매의사 결정을 하였으나, 요사이는 인터넷 덕분에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품규격만 입력하면 즉석에서 각 대리점의 가격이 비교되고, 그 중에서 제일 싼 곳을 골라서 사면 최선의 의사결정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할 것은 이와 같은 정보전달의 속도가 즉석에서 일어남으로써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의사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패턴이 며칠씩 걸리는 것에 비해 가히 순간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인터넷의 영향은 기업경영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보전달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짐에 따라 완제품이나 부품의 재고가 크게 줄고 있다. 이는 완제품의 경우 현재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팔려나가는 정도를 신속히 알게 됨에 따라서 완제품의 재고를 이 정보에 의거하여 줄이거나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료나 부품재고의 경우 정보전달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적은 양의 재고만을 유지하면서도 생산활동을 원활히 진행시킬 수 있다.

이러한 예들이 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은 막중하다 하겠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이 실용화되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제까지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병폐인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 크게 줄어들거나 거의 없어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는 시장경제에서 경기순환의 가장 큰 원인이 기업의 재고량과 소비자의 경기인식에 따르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이건 미국 경제이건 경기가 나빠지는 속도를 보면, 경기가 좋다고들 하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경기가 후퇴하며 하강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급강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경우에도 작년 3/4분기까지만 하여도 연10%이상의 경제성장을 하다가 4/4분기에 경기가 급강하하더니 금년에 들어서는 4%의 성장도 어렵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경제성장의 속도가 급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부 경제학자는 그 원인을 다시 인터넷에 돌리고 있다.

인터넷의 특징은 정보의 신속한 전달과 확산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는 경우 이와 같은 분위기가 과거보다 훨씬 더 빨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가 줄게 된다. 이는 인터넷을 통하여 소비자 개개인이 경기하강의 뉴스나 정보를 접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몇 배 빠르게 됨에 따라 모두가 갑자기 위기의식을 느끼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게 된다. 또한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서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판매가 주는 것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고, 이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인원을 줄이거나 늘리기를 하면서 생산을 조절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예전 같으면 경기가 조금 나빠지더라도 별로 느끼지 못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던 현상들이 경제에서 예민하게 나타나며 경기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인터넷이 경기변동을 없애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한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경기변동을 더욱 예민하게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소비자는 변화와 더불어 거의 동시에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동시적 변화가 가속될수록 모든 현상이 극히 짧은 시간대에 일어나게 됨으로 오히려 변화의 폭을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인터넷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의 출현은 많은 사회현상을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의해서 새롭게 전개되는 현상을 누가 먼저 이해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각 분야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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