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진국 경기불황 장기화 탓

수출이 추락을 거듭하는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마저 급감, 경제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수출입 위축과 설비투자 둔화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경제회복의 필수요건이자 산업경쟁력 강화의 관건인 외국인 직접투자마저 위축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조짐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주식이나 채권 등 시세차익을 얻기위한 '핫머니성' 간접투자가 두드러지면서 외국인 투자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현재의 투자환경과 여건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관론이 우세해지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 왜 줄고있나=세계적으로 외국인 투자활동이 위축되는 경향은 뚜렷하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해외자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비단 한국 뿐 아니라 대다수 '투자처'의 사정이 비슷하다는분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미스트의 자회사인 EIU는 일찌감치 올해 세계 FDI(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27%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예상외로 '낙폭(-62.9%)'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내부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2월말을 정점으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대형투자매물이 크게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암포테크놀로지 투자 3억5천만달러 등 대형 구조조정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작년 4월과 비교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대우차 파업사태 등 노사문제도 외국인이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기업경영여건과 생활환경 등 투자여건 개선이 갈수록 지지부진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 앞으로가 더 문제=4월 실적은 일단 외견상 드러난 감소폭만으로 우려감을 던지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심각하다. 전체 투자신고건수중 1억달러이상 중.대형 프로젝트는 단 1건에 불과하고 500만 달러 이하의 소액투자가 326건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른바 '그린필드(공장건설)'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양적인 팽창만 있을 뿐, 질적 고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하이테크 산업의 위축으로 제조업 투자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다. 1~4월 누계로 볼 때 제조업 투자는 5억2천400만 달러로 작년대비 77.3%나 감소했다.

올해안으로 대략 10여 건에 40억 달러이상의 중.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돼있지만 연내 성사여부가 몹시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공언한 올해 150억 달러 외자유치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투자유치 정책 근본적 수술 필요=정부의 중장기적 외국인 투자유치 계획은 현재 GDP 대비 10% 수준인 외국인 투자비율을 10년내에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 이후 정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등을 통해 재정자금 지원, 조세감면,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서 99년 155억 달러, 200년 157억 달러로 2년연속 150억 달러 이상의 유치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유인책만으로는 기형적 외국인투자 구조만 양산할 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외국인 간접투자는 증가하는 반면 우리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직접투자는 줄어드는 양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맞춤형' 투자유치사절단 파견 등 단기적인 유인책도 시급하지만 그보다는 내실있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매력있는' 투자환경을 만드는데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사관계 안정은 물론 세제, 금융, 주택, 교육, 의료 등 경영.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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