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현대그룹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몽헌 회장 계열 현대그룹 26개 기업의 2월말 현재 부채는 35조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가장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각각 9조800억원, 5조5천억원이나 된다니 지금까지의 엄청난 자금지원이 특혜성이었다는 의혹과 함께 정부의 부적절한 처방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현대문제는 정부의 거듭되는 땜질식 처방, 투명성 결여에다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아전인수격 정치논리가 혼재된 우리 경제의 '복마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산할 경우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는 논리로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번에 그 부채 규모가 밝혀짐으로써 앞으로는 철저한 시장경제논리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현대에 발목을 잡힌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국투자 자본이 급감하는 등 외부에서 아직 국내 구조개혁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현대에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개혁을 마무리하고 수확을 거두어야 할 지금, 현대그룹에 대한 특혜시비를 마무리 짓고 회생불가능한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는 단안(斷案)을 내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의 '현대특혜금융 실상조사회의'는 조속히 열려야 하며 아울러 금감원이 파악하지 못한 해외부채 규모까지 파헤쳐 그 진상을 국민앞에 공개해야 한다.

때마침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도 우리경제의 5대 현안을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투자신탁, 쌍용양회, 대우자동차 문제로 보고 이를 어떤 식으로든 6월말까지 처리방침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완전 감자(減資)방식으로, 현대전자는 외자유치를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거듭 주장하지만 현대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정치논리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특혜시비로 한국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는 작태를 국민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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