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버재혼 바람

올해 76세인 김모 할머니는 지난 3월 대구시내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5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던 김 할머니는 지난해 노인학교에서 만난 최모(84) 할아버지와의 6개월간 교제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아직도 우린 청춘이야. 먼저 세상을 떠난 전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신혼생활을 한번 더 하고 싶었어".

전직 교장인 한모(68)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남은 인생을 함께할 새 반려자를 맞았다. 한 할아버지의 새로운 배필은 3년전 이혼한 이모(64) 할머니.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는 이 할머니는 "비록 환갑을 넘어 올린 결혼식이었지만 즐거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재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 든데다 핵가족화로 노인들의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지면서 40대 이후의 재혼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자식들이 적극 나서면서 60세 이상의 '황혼 재혼'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ㄷ결혼정보회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400여명이던 중·장년층 회원(40~60세)이 올들어서는 2천여명으로 5배 늘었다.

또 다른 ㄷ결혼정보회사도 현재 중·장년층 회원이 3천4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98년 이후 매년 1천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장년층 회원의 70~80%가 재혼에 성공, 초혼의 성혼율 40%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통계청 경북사무소에 따르면 대구지역 중·장년층의 재혼신고가 98년 1천336건에서 99년엔 1천673명으로 25% 증가했으며, 60세 이후 노년층도 103명에서 113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중·장년층은 물론 노인층을 중심으로 재혼 바람이 거세자 결혼정보회사들은 60세 이상의 노인층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듀오, 닥스클럽, 선우 등 결혼정보회사들은 홀로 지내고 있는 노인층을 위한 '실버 효도 미팅'을 매년 마련, 재혼을 주선하고 있다.

(주)듀오 노성진 대구지사장은 "금기시했던 재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한 것이 재혼 증가의 가장 큰 이유"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사회학과 한남제 교수는 "노후기가 길어졌고, 홀로 있게 되더라도 자신이 직접 노후를 책임져야 해 재혼이 느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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