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삭막한 아파트촌 이웃사촌 情 낸다

"아파트 공동체의 주인은 주민입니다. 주민 스스로가 앞장서 아파트 문화를 일구고,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이웃간의 지나친 이기주의로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는 아파트 공동체. 하지만 대구시 동구 효목동 2천5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사는 진로이스트타운에는 딴 세상 이야기다. 주민들 모두가 '이웃사촌'으로 그들만의 공간을 가꾸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대로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데다, 입주 2년밖에 안돼 이웃간의 정이 멀게만 보였지만 입주이후 줄곧 실천해온 '먼저 인사하기운동', '승용차 함께타기 운동'덕에 이웃간의 벽은 허물어졌다.

매년 가을이면 전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가 열리고, 관리사무소에서는 수시로 어울마당이 열려 웃음꽃이 피고 있다.

매달 42개 라인별로 열리는 반상회에는 90%이상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줌마부대 못지않게 '남편'·'어르신'부대의 입김이 커지는 추세다. 관리실,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등 자치기구 운영도 남다르다.

동대표 등 18명으로 구성된 입주자 대표회의는 각종 민원이나 안건에 대해 분야별 소위원회 등을 열어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 모든 공사와 용역업체 선정은 반드시 공개입찰로 하며 동대표들은 반상회에 꼭 참석,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투명한 운영으로 '신뢰'를 쌓고 있다. 99년 8월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전환이후 연간 1억원에 가까운 관리비를 절감시켰다. 가로등 격등제 및 조도 낮추기, 한 집 한 등끄기, 화장실 벽돌넣기, 지하주차장 전자식 형광등 전환, 재활용품 활용 등의 노력 덕택이다.

부녀회는 잡다한 행사 대신 1년에 한 번 주민 축제를 열고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 판매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돕기, 각종 주민 문화프로그램 운영에 쓰고 있다. 주민들의 이같은 노력은 지난 연말 대구시 아파트 한마음운동 평가에서 우수상, 대구시 모범경로당 평가 최우수상 수상으로 돌아왔다. 김희원 관리소장은 지난해 한국직능단체 총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아파트관리분야에서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주민들은 또 다른 함께 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아파트 관리·운영에 대한 주민 공개토론장으로 활용하고, 도서열람과 대출이 가능한 도서관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