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이야기-제15회 미국대회

제15회 월드컵은 94년 축구의 불모지로 알려진 미국에서 열렸다.미국 대회는 축구에 대한 낮은 인기와는 달리 경기장(7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미식축구장 활용)이 크고 다인종 국가라는 특성에 힘입어 350만명의 관중을 유치, 사상 최대의 흥행을 보였다.

하지만 이 대회는 많은 오점으로 얼룩졌다. 미국은 선수단과 취재진, 관광객들로부터 호텔 요금 등에서 폭리를 취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한국은 3회연속 본선에 진출하며 월드컵 사상 첫승의 꿈을 키웠으나 실패했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예선 첫경기에서 2대2로 비겨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으나 두번째 볼리비아전도 0대0으로 무승부를 기록,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 독일전에서 한국은 전반전에만 3골을 내줬으나 후반전 들어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에 지친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며 두골을 만회하는 투지를 보였다. 이후 한국은 여러 차례 동점골 기회를 잡았으나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A조 예선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는 귀국하면서 총격으로 살해당해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는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드러나 예선 2경기만을 출전하고 추방당해 이름값에 먹칠을 했다. 경기에서는 불가리아의 돌풍이 돋보였다. 월드컵 본선에 5번 진출하고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불가리아는 예선 통과 후 16강전에서 멕시코를 3대1로, 8강전에서 독일을 2대1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 일약 축구 강국으로 부상했다. 불가리아는 그러나 4강전에서 이탈리아에 1대2로 무너졌다.

결승전에서는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이탈리아는 사상 최초 4회 우승의 대위업을 놓고 물서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였다.

긴장감 넘치는 승부는 연장전에서도 0대0으로 가려지지 않았다. 월드컵 사상 최초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운명의 여신'은 브라질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라질은 3대2로 승리하며 58년과 62년, 70년 우승 이후 24년만에 정상에 등극하며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주녕(축구평론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