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마천루의 꿈

예로부터 인류는 지상에서 하늘로 높이 오르고자 하는 꿈과 욕망을 끊임없이 실행해왔다. 고대 제례의식 장소의 스톤헨지, 피라미드, 중세 고딕양식의 종교건축, 근대 산업도시의 고층화에 이르기까지 높이의 변화는 건축의 발달과정이자 종교와 인류문명의 진보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도 건축 구조가들은 시시각각 마천루 높이기 경쟁에 몰두하고있고 과학자들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우주에까지 생활공간화를 연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건물의 영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40여 년간이나 지켜왔고, 70년대에서는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시어즈 타워가, 90년대의 중국의 3개 빌딩에 이어 지금은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빌딩이 최고를 지키고 있지만 갈수록 그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2005년에는 부산에 107층 건물이 완공될 예정이어서 우리 나라도 마천루 정상 대열에 진입할 것이다.

초고층화는 집중화된 업무공간의 요구성도 있겠으나 국가의 자긍심, 도시의 상징성, 기업의 인지도 등 간접적인 시너지 효과를 더 많이 거둔다고 할 수 있다. 홍콩의 영국 반환 이후, 상해시 포동지구 고층화 개발계획은 최첨단 국제 도시로의 이미지와 효력을 그대로 반영시키는 실례이다.

그러나 마천루는 도시의 집중화, 교통문제, 비인간적 환경, 천재지변에의 대응문제 등의 자연질서에 역행하는 현상을 증폭시키고있다. 유전자 복제, 게놈지도 완성이 인류의 행복만을 예약할 수 없듯이 땅에서 멀어지고 자연과 분리되어서 과학에만 의지하는 생존환경은 편리는 할지라도 결코 인간 중심적 공간은 아닐 것이다.

영화 타워링에서 소방관 스티브 맥퀸은 '건축가들은 최고 높이 오르는 경쟁만 할 뿐 정작 그 안의 사람들은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분노한다. 그럴지언정 세계적 섬유도시를 꿈꾸는 이 도시에도 기념비적인 마천루가 탄생하고, 타워 라운지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낭만의 풍경은 꿈이기만 한 것인가?

건축가.경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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