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월에 다시 읽는 '혁명시인'의 절규

'토지여/ 나는 심는다 그대 살찐 가슴 위에 언덕 위에/ 골짜기의 평화 능선 위에 나는 심는다/ 평등의 나무를//…. 토지여, 토지 위에 사는 농부여/ 나는 놓는다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 나는 놓는다/…. 파헤쳐 그대 가슴 위에 심장 위에 나는 놓는다/ 나의 칼 나의 피를// 오 평등이여 평등의 나무여'.

장례식처럼 길고 지루했던 90년대가 갔다. 짙은 피로감에 젖은 새천년은 시작부터 탈진해 있다. 그렇다면 80년대의 기억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5월에 만나는 시인 김남주. 우리 시대의 마지막 혁명시인은 떠난지 오래지만, 그가 남긴 '칼과 피'는 그와함께 사라진 시대가 심어놓은 나무들을 내버려둔채 살아가는 우리들을 일깨운다.

'조국은 하나다'라고 그가 노래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통일논의가 분분해도 분단의 질긴 고리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 그래서 시대가 가고 그도 사라졌지만, 김남주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있다.

5.18 광주민중항쟁 20돌을 맞아 서점에서 다시 만나는 5월의 시인 김남주의 대표시집 '나의 칼 나의 피'와 '조국은 하나다'. 절판 5년만에 실천문학사에서 재출간한 그의 시집을 새 천년 5월에 대하는 독자들의 감회가 남다를 듯 하다.

암울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쓴 불꽃같이 당당하고 풀꽃같이 아름다운 시편을 다시 뒤적이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괴로운 자랑'이고 '쓰라린 자부심'이었던 '전사시인'.'사랑의 시인'을 떠올려 본다. 그가 심은 나무들과 함께….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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