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돈가뭄' 비상

농촌이 심각한 춘궁기를 거치고 있다. 봄철에는 농민들이 내다 팔아 돈을 만들 수 있는 생산물이래야 밭떼기 양파.마늘이 고작이나 올해는 값 폭락으로 거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른 과채류 값도 폭락, 푼돈조차 마련키 어렵다. 이에 앞서 농민들은 자녀 학비 납부로 큰 돈을 쓰느라 주머니가 비었지만, 농협 대출금 회수 시기도 지금 닥쳤다.

봄철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양파의 경우, 지난 3월 ㎏당 648원하던 것이 4월에는 225원으로 폭락했다. 마늘값(난지형 기준)은 1999년 kg당 2천577원에서 올해는 1천500원으로 떨어지고도 거래조차 안되고 있다.

겨울철 하우스 농사를 하는 젊은층은 사정이 다소 다르지만, 나머지 농민들은 쌀은 지난 가을에 대부분 처분했고 가축은 거의 기르지 않아 다른 소득원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농협 대출금 회수 시기가 닥치자, 농민들은 갚을 길이 막막해 한숨이다. 농협 경북본부에 따르면 앞으로 2년간 회수돼야 할 대출금 5천462억원 중 회수 가능한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4천786억원은 지난달 말에 상환기간 연장이 신청됐다.

돈 가뭄이 심해지자 농민들뿐 아니라 농자재상들도 외상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덩달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농자재 대리점을 하는 구미의 박종화(55)씨는 "이달까지 받아야 할 외상대금 2억6천만원 중 받은 것은 고작 6천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했다. 자신도 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상환을 독촉받고 있지만 농민들을 찾아 가 봐야 거의가 외상값조차 내놓을 형편이 못된다는 것.

그러나 자녀 학비와 농자재값은 올해도 크게 올랐다. 대학 등록금은 거의 5~8% 상승했고, 농약.종묘.비료.비닐 등 값도 올들어 또 10~20% 올랐다. 품삯과 농작업료 상승폭은 15~20%나 된다.

농산물을 팔아 대학생인 자녀 2명의 학비를 대는 김윤기(52.구미)씨는 "대학 등록금 800여만원을 내고 나니 농자금이 거덜났다"며, 농협에 대출을 신청해도 남아 있는 2천만원 때문에 그마저 여의찮다고 했다.

농민들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농협 등은 대대적으로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에 나섰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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