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심적 日 교과서도 있다-역사 부교재 '입문 조선…'

일본이 무려 35군데에 걸쳐서 역사를 왜곡한 중학교 교과서의 수정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관계사를 객관적으로 기술한 일본 역사교과서의 부교재 '입문 조선과 일본의 역사'(明石書店 펴냄)가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구보이 노리오(久保井規夫, 오사카 인근 셋쓰제2시립중 역사교사)가 쓴 이 책은 지난 93년에 발간, 지금까지 5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상당히 많은 학교에서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는 일본이 대륙침탈 시기에 조선여성 20만명을 강제위안부로 끌고 갔으며, 이 가운데 14만3천명이 죽었다고 적었다. (102쪽)

"나라는 빼앗겨도 (조선)민족의 자유의지는 멸망하지 않았다"며 3.1독립운동을 높이 산 이 책은 관동대지진때 조선인 대학살이 있었으며, 노예처럼 끌려간 (조선)소년과 청년들이 토목공사 현장이나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죽어간 사실도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99~105쪽)

또 이 교과서는 1919년에서 1929년까지 조선의 쌀은 1천398섬에서 1천482섬으로 계속 증산됐으나 일본으로의 쌀 반출량이 연간 193섬에서 585섬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조선사람은 연간 0.71섬에 달하던 쌀소비량이 0.51섬으로 줄어들어 굶주림을 면치 못했다고 적시했다. "분로쿠(文祿)와 게이초(慶長)의 役(임진, 정유재란을 일컬음)은 패배"(64쪽)라고 쓴 이 책 제15장에서는 "임진란이 조선 민중의 승리"라고 규정하고, 1597년 울산성에 갇힌 히데요시의 군사들이 굶주림을 못이겨 적병(조선사람)을 잡아먹던 그림까지 실어, 일본군의 잔학성을 고발하고 있다.

무명의 반일의병들의 활동상(79~82쪽)과,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독립을 부르짖다가 두팔이 잘린 무명의 독립군 사진(84쪽), 동학혁명 당시 농민군의 저항과 그들이 녹두장군 전봉준을 기리며 부른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전문 그대로 싣는 등 양심적 입장에서 한일 양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 교과서는 한국에스페란토협회가 한일 역사공부 교재로 삼기 위해 에스페란토로 번역했던 원본이며, 이 협회 이종영 회장(전 경북대 교수, 현 한국산업경제개발원 이사장)이 본사로 제보해와서 취재가 이뤄졌다.

저자 구보이는 e메일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신문에 보도된 일본의 우익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는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