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사채이자 60% 제한 효과 있을까

살인적 고리(高利)로 서민층을 괴롭혀온 사채업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방침이 가닥을 잡았다. 재경부가 마련한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에 따르면 사채업자는 반드시 해당 시.군에 등록해야 하며 3천만원이하 소규모 사채일 경우 최고 이자율은 연60%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또 빚을 받아내기 위해 폭행, 협박, 심야방문 등 사생활 침해행위가 금지돼 힘없는 서민들은 일단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획일적인 규제만으로 사채의 횡포가 근절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경제문제는 시장원칙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근본적인 치유책이 수반되지 않는 인위적 장치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행정적인 규제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체포기각서' 까지 등장한 마당에 정부는 서둘러 보호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제도적 문제점도 동시에 짚어나가야 한다. 지난달 사채업자의 횡포가 사회문제화 되자 당국은 당장 사채업자 사무실 수색이라는 철퇴를 휘둘렀다. 그 결과 사채는 더욱 지하로 숨어들었고 오히려 급전을 구하지 못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법의 취지가 진정 서민보호에 있다면 왜 사채가 설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있어야할 것이다. 시장은 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반드시 환부를 수술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부실운영이라는 낙인이 찍혀 거의 무너지다시피한 금고,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공공성을 가지고 서민금융을 껴안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사채업자의 횡행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채업이 아예 발붙이 지 못하게 하는 후속조치가 더욱 절실한 게 현실이다. 임기응변식 규제로만 그친다면 음성적인 사채의 속성상 그 부작용은 다시 고개를 들 게 뻔하다. 서민보호라는 중대한 경제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국의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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