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꼽마당' 손병숙씨

'배꼽마당' 실무를 맡고 있는 손병숙(34)씨. 대학 4학년때 '멋모르고' 맨손으로 공부방을 시작한지 12년됐다고 했다. "물려줄 사람 찾다가 돈 안 되는 일을 너무 오래 하는 건 아닌지 몰라?" "많으면 한달에 20만원쯤 받아요". 손씨가 웃었다.대학 졸업을 앞두고 모두들 살 길 찾아나설 때, 그는 빈민가에 들어섰다. 공부방의 시작은 10평도 안 되는 어린이집 더부살이. 대여섯번을 이사 다니며 조금씩 키운 끝에 지난해 마침내 지금의 '호텔'로 옮겼다. 11년만에 공동화장실에서 벗어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사실 그의 꿈은 '연극'에 있었다. 1991년 1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에 가입, 지금껏 전속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공부방 때문에 열심히는 못합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죠. 이웃들의 삶, 갈등, 가출… 숱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듣고 겪으면서 인간의 감성들을 익혔지요. 저에게도 좋은 공부방인 셈이죠".

사회학을 전공한 그에게 공부방 일은 쉽잖더라고 했다. 전문성 부족이 과제. 그래서 여러 강좌들을 찾아 다녔다고 했다. 상담, 성교육, NIE… 어지간한 관련 강좌는 다 들었다는 얘기. 지난해엔 가톨릭 특수교육연구소에서 일년 동안 미술치료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이웃이 되기 위해, 공부방 선생님이 되기 위해 별 일 다 해본 덕분인지, 마음이 풍요로워 보였다. "여기 사람들, 모두 있는대로 살아요. 우리도 있는대로 하는 거죠. 재활용품 모으고 물건 나눠 쓰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잖아요? 어렵다고 당당하지 못하면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요?"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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