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여러분! 이제 직장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한 건당 3천원이랍니다. 부지런히 찍어서 100건만 채우면 30만원입니다. 마음만 먹고 카메라 들고 혼잡도로로 나간다면 100만원정도는 가뿐하게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모 인터넷 신문에 실린 메시지다. 사회저변을 뒤흔들고 있는 교통위반 신고 보상제도 얘기다.
그러나 신고자를 돈 때문에 나선 것으로 매도하지 말라. 법의 존엄성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나섰노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지 않았더냐.어느 대도시의 행동하는 양심 한 분은 목좋은 곳을 선점하여 불과 20일만에 3천500여건을 신고하는 불패의 양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이름을 알리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 해야할 도리를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보상금 1천여만원. 몇푼 안되지만 좋은 일 하고 받은 돈이니까 좋은데 쓰고 앞으로 더 열심해 해야죠.
보상금 1천여만원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U턴을 하다 중아선 침범 등 18회나 걸려들어 과태료 126만원에 벌점 540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밥술을 놓게 됐다.
또 우유배달업자 채소장수 택시기사 등 4, 5회 이상 반복 적발된 운전자도 20여명이나 돼 과태료도 과태료지만 목숨줄인 운전면허증이 오락가락 한다는 소식이다.그러나 불법한 사람은 입이 있어도 말하지 말라. 카메라 메고 조용히 거리로 나가라. 시내버스나 택시 운전해서 한달에 얼마나 버나. 우유 한차 채소 한 차 다 판들 얼마나 남냐. 거리에 나가면 보이는 게 모두 돈 아닌가. 그래서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다. 대구서도 시행 두달만에 9만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도로구조나 여건상 법규지키기가 어려운 어떤 지점에서 1천800여건 또 다른 곳에서 1천500여건이 신고됐다고 한다. 그것을 몇사람이 이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구의 양심도 만만찮음이 입증된 것이다.
교통위반 적발이 지겨우면 쓰레기 불법투기쪽으로 돌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담배꽁초 버리는 차나 사람을 찍으면 된다. 아니면 엘리베이터나 자판기 따위의 검사기간이나 유효기간이 초과하지 않았는지 찾아다녀 보고, 나서기 뭣한 사람은 집에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뒤져 과대광고가 없는지 살펴보라. 기회는 곳곳에 널려있다그런데 울산 모경찰서는 좌회전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 1천여대를 신고한 사람에게 불가피한 침범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반려했는가 하면 부산 해운대구 어떤 동네 주민 100여명은 지난 7일 무더기 과태료처분을 취소하라는 시위를 가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행동하는 양심에 대한 반동인가.
어쨌거나 전국을 휩쓰는 왕성한 시민정신을 보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카메라와 더불어 불철주야 고생하는 시민옆에 돈 안되는 살인이나 추행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또 공적자금 풀듯 보상금만 풀어놓으면 전국민이 나서서 무슨 일인들 해결해줄 터이니 경찰서나 민원기관의 존폐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보상금과 몰래카메라와 익명성으로 고양되는 이 시대 시민정신은 본의아니게 좋은 사회 만들기에 치명적인 작용을 하지 않을까 싶어 정녕 걱정이다.
그렇잖아도 고질적인 정쟁과 지역갈등에다 이념갈등 세대·계층간의 갈등이 사회 전체를 불편하고 어수선하게 하는 마당에 의약분업으로 의약이 싸우고, 노동계와 공권력이 싸우고, 방송과 신문이 치고 받고, 지식인은 신지식인 앞에 기죽고, 독립유공자 전쟁유공자들은 민주화유공자들 앞에 기죽고, 결국 국민은 피곤하다.
만인에 대한 투쟁
어느 한 구석 산뜻하고 조화로운 곳이 없고 장기화되는 경제난국속에서 민심은 흉흉한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같은 이런 몰카식 신고보상제도가 이 사회를 어디로 몰고 갈 것 같은가.
신고보상제도라도 간첩 밀렵자 흉악범 신고보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하수폐공 신고에 3만원 행정착오발견에 5천원 보상하는 어떤 지자체의 신선한 아이디어와도 전혀 질이 다르다.
집단간, 있는자들간의 고질적 반목과 불신을 소박한 이웃간 개개인간의 차원으로 급속 확산시키고 있지 않는가.
몰래카메라보다 양심세탁기가 필요하다. 수천만원의 보상금이 나가는 상습 위법지대라면 그 돈으로 무인카메라 하나 설치하면 족하다.
전국민을 몰카의 귀재, 행동하는 흑심으로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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