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급식 이대론 안된다-급식비 적절한가

대구지역 대부분 학교의 한끼 밥값은 초교 1천원, 고교 1천700원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부담없는 가격. 그러나 현장에서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36개 학급에 급식 인원수 1천500여명, 한끼당 급식비 1천700원, 한달(20일 기준) 학교 전체 급식비 5천100만원 정도. 이렇게 조건이 비슷한 경북고와 경북여고를 비교하면 상황을 금방 알 수 있다. 그 중 인건비.운영비로 나가는 돈은 각각 1천200여만원(23%)이고, 나머지가 쌀값.부식값 몫이다.

그 중 쌀 값으로 나가는 돈은 경북여고가 550만~600만원, 경북고는 1천300만~1천400만원에 이른다. 무려 2배 이상의 차이. 경북여고는 순전히 일반미만 쓰고, 경북고는 정부미를 절반 이상 섞어 쓰는데도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

쌀값이 많이 나간다는 것은 부식비 지출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뜻. 평균 잡은 부식비는 경북여고가 3천300여만원, 경북고가 2천500여만원. 이 부분에서 월 700만~800만원, 30% 이상이나 차이 나면 식단은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몇년째 급식비가 동결돼 있지 않습니까? 한창 크는 나이인 남자 고등학생들이 먹는 양은 엄청납니다". 경북고 박병철 행정실장은 답답하다고 했다.

급식 인원이 100명 남짓한 학교와 2천명 넘는 학교의 1인당 급식비도 똑같이 책정돼 있다. 한끼분 생산단가는 급식인원이 많을수록 낮아질 터이지만, 그런 것은 무시된다. 급식인원이 적은 학교일수록 그만큼 식단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구 ㅂ초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이웃 학교보다 밥맛이 없다거나 반찬이 부실하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바로 획일적인 교육행정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역별.학교별 음식 기호 성향, 영양 공급, 1끼분 식사량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초교 1천원, 고교 1천700원을 기준 선으로 제시했다. 초교의 급식비가 낮은 것은 정부가 인건비·운영비를 대주기 때문.

물론 교육부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학교별로 나름의 계산을 해 급식비를 다르게 책정해도 관계 없다. 실제로 대구 범일초교 등은 그보다 적은 950원만 받고 있다. 반대로 경북지역 중소도시 초교에선 1천400~1천500원이나 받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도 구미 경우 1천800~1천900원 받는다.

그러나 대구시내 학교들은 꼼짝 없이 지침선만 지키고 있다. 괜히 급식비를 올렸다가 덤터기 쓸까봐 두렵기 때문. 결과는 음식 맛.질의 저하이다. 앞의 ㅂ초교 관계자는 "학교에 따라 300원 정도만 편차를 둘 수 있도록 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고, 경북고 박실장은 2천원 정도 돼야 제대로 급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독 대구지역 학교만 정부 지침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급식비가 싼 것이 과연 자랑일까요? 학생들이 밥.반찬이 부족해 허기지는 것이 더 좋잖은 일 아닐까요?" 본인도 학부모라고 한 한 납품업체 관계자가 답답해 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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