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업무계량화' 논란

성과급제 및 연봉제 시행, 인사고과 변경 등으로 공직사회에 '업무 계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든 근무시간의 비용 산출, 업무결과 점수 산정 등 업무 계량화는 근무풍토를 바꾸고 각종 평가의 객관적 잣대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공직사회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직자들과 행정학자들은 '행정서비스'의 특수성을 무시한 획일적 계량화로 인해 눈치보기 행정이 만연하고 행정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아침 대구시 북구청. 부구청장(4급)이하 48명의 간부직원들은 이 날 아침 '94만2천원'짜리 회의를 1시간동안 가졌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회의에 비용개념을 부여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 구청은 모든 회의자료에 '회의비용'을 명시하고 있다. 4급공무원이 1시간 회의에 참석하면 2만2천원, 5급은 1만8천원, 6급은 1만5천원이다.

공무원 인사고과평가에서도 계량화작업이 한창이다.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매년 중점추진과제를 설정, 기관장이 점수로 평가한 뒤 해당공무원의 연봉수준을 매기는 '목표관리제'가 지난 해부터 시행중이다.

5급 이하도 근무평정상의 실적을 점수로 산출, 올해부터 시행한 성과급을 주는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 서무환 고과담당계장은 "5급 이하에 대해서는 근무태도(40%)와 실적(60%)를 합산하도록 한 근무평정에서 실적 60%만 성과급 평가에 반영한다"며 "점수의 객관성을 높이기위해 근무태도는 제외하고 실적을 수치로 나타내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내 각 기초자치단체는 단속업무 담당자에 대해서는 단속실적을 우선 점수로 반영하고 과잉단속에 따른 민원은 감점요인으로 삼을 예정이다. 기획.민원부서 등에 대해서도 계량화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2월 성과급을 지급한 경찰은 기소중지자 검거의 경우, 범죄유형에 따라 점수를 차등부여하고 있으며 용의자 검거 이후 구속.불구속 여부에 따라 점수를 상.하향시켜 직원의 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공직사회의 '계량화 바람'에 대해 대구대 행정학과 소영진 교수는 "행정기관과 학교 등 공직사회는 일반 기업과 달리 '산출물'이 분명치 않다는 특이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 교수는 "외국에서도 공직사회에 대해 '양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하지 않으며 획일적인 계량화작업은 '평가를 의식한 눈치보기'를 만연시켜 결국 행정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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