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협성고 스승.제자 함께 산행
15일 오전 8시30분. 앞산 밑 대구 남구 구민운동장에 협성고 학생 2천여명과 교사들이 모였다. 사제(師弟)가 함께 산행을 하려는 것. 마침 항공 방제가 있는 날이어서 코스는 짧게 잡았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들은 오랜만에 함께 걸으며 정을 나눴다. 담임 선생님을 업어 드리는 반도 있었다. 무등 태우기로 땀을 섞는 대열도 보였다. 자연스레 노래가 울려 퍼졌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그리고 오전 10시30분. 되돌아 온 학교 운동장에서는 이색적인 스승의 날 기념식이 진행됐다. 교사들이 매달 월급에서 갹출해 모은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전달한 것. 19명에게 10만원씩 주어졌다. 촌지 시비 때문에 곳곳에서 휴업까지 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
이 학교의 '스승의 날 장학금'은 2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더 어렵던 시절에는 수업료를 보탰고, 고인이 된 동료 교사 자녀들에겐 대학 학자금이 지원됐다. 요즘의 장학금 명목은 학습자료 구입비.
서춘길 교장은 "스승의 날을 촌지 주는 날처럼 잘못 여기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영주 영광여중 '깜짝 이벤트'
"전교생이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선물을 가슴 속에 안겨 드리게 돼 무척 기쁩니다". 상당수 학교는 촌지 시비를 막는다며 휴교까지 했지만, 영주 영광여중에서는 스승의 날이던 15일 전교생 619명이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폭죽과 오색 풍선을 날리면서 '단체로' 선물을 드린 것. 학생들은 우선 하늘.산.숲.바다가 밑그림으로 그려진 가로 20m, 세로 2m의 걸개그림을 준비했다. 스승의 은혜가 하늘처럼 높고 산처럼 크고 바다처럼 넓다는 뜻.
그리고는 각자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낙서하듯, 그러나 의미있게 써 넣었다. "선생님들 모두 모두 I love. 스승의 날 추카추카(축하 축하). 사랑합니다". "앞으로는 말썽 안부리고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쌤(선생님) 힘내세요"… 걸개그림 주변에는 색종이.연습장 등을 오려 감사의 글을 적어 넣은 엽서.편지, 선생님 캐리커처, 만화 등 1천여점의 다양한 선물들이 모였다.
한송이씩 꽃을 받아 든 38명의 선생님들은 이 이벤트에 초대된 손님들. 황재일(43) 교사는 "이 선물들이야말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값진 것"이라고 했다. 이신순 교장은 선생님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또 즐거워져 있었다.
깜짝 이벤트는 지난달 말 학생회의에서 결정된 것. 김은경(16.3년) 회장은 "매년 어떤 선물을 할지 망설여 왔으나, 올해는 뭔가 의미있으면서도 색다른 선물을 해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선생님들의 구두를 깨끗이 닦아 드리고 퇴직한 은사댁을 방문, 꽃 한송이씩도 전해 올렸다.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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