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봄철 프로그램 개편 후 매주 목요일 밤10시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 TV와 책의 아름다운 융합을 잔잔하면서도 의욕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과연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TV가 책읽기의 소중함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꾸며낼 수 있을까.
독서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의 장래를 담보하고 나아가 경제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 예를보면 명백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독서 현실이 어떤가는 가장 후미진 구석건물에 자물쇠로 늘 잠겨진 채로 있는 도서관이 이를 암묵적으로 말해준다. 'TV, 책을 말하다'는 이런 현실 문제에 파문을 던져보고자 입체적으로 신설됐다. 첫 회 테마 북은 1997년 열풍을 일으켜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고, 2회는 자칫 딱딱하기 쉬운 인문학을 쉽게 풀이,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파격적 주장을 담은 탁석산의 '한국의 정체성, 주체성'이 선택됐다.
지금까지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구성의 빈곤뿐만 아니라 패널의 선택과 자질 그리고 토론과 비평 방식과 내용에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의견이다. 문학평론 전문가는 갖가지 해석을 통해서 토론에 참여하지만 시민적 입장에서 선정된 경제계 패널은 그저 자리만 지키는 수준이었다.
과연 베스트셀러만을 선정하여 토론해보는 것으로 한정된 시간을 가진 TV가 상업주의적 시각을 배제하며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독서의 관심을 높이느냐하는 것은 매우 힘든 숙제다. 더욱이 책의 토론이란 주제 자체가 딱딱해서 일반수준의 시청자에게 지속적인 흥미을 유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코너 한정성과 다양성의 결여로 많은 정보제공에는 역부족이다.
'TV, 책을 말하다'라기보다는 'TV, 베스트셀러 겉핥기 해보다'가 될까 우려스럽다.
미디어모니터회 김긍연 zzinsal@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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