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자동차와 인간 쇠사슬, 도로를 가득 메운 피켓과 구호…세계 곳곳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반세계화 시위가 펼쳐진다.
반 세계화 시위대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세계 초우량기업과 최강 자본주의 제국들의 무한 경쟁 논리를 제3세계에 강요하지 말라. 상대적 약소국들이 자기 깜냥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공격 목표는 전세계 약 750개 다국적 기업과 이들의 전위 부대로 나선 다자간 투자협정, 투기 자본, WTO, IMF, IBRD이다.
물론 자본의 조종을 받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경제 엘리트들도 공격 대상이 된다.
반세계화론자들은 IMF와 세계은행이 세계 100여개 채무국에 요구하는 긴축재정, 통화 평가절하, 무역자유화, 민영화 등 이른바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린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세계화'는 결국 국가간의 빈부 격차를 벌릴 뿐이라는 것이다. 반세계화론자들의 논리근거를 '소말리아 기근'을 통해 살펴보자. 소말리아는 유목민과 소농간의 '교환'을 바탕으로 70년대까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국가였다. 반세계화 주의자들은 소말리아 시민사회 붕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홍수와 가뭄, 내전때문이 아니라 80년대 초 IMF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80년대 세계 곡물시장의 규제가 풀리면서 소말리아로 유입된 미국의 잉여 농산물은 현지 농민을 몰락시켰다. 농민의 몰락은 소말리아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했던 유목민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유목민과 소농들의 전통적인 물물교환 관계가 붕괴돼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IMF는 주기적으로 소말리아 실링화의 평가 절하를 요구했다. 그 결과 연료비와 비료값 등 생산비용이 증가했고 소말리아 생산체계는 완전히 붕괴됐다. 반세계화론자들은 '소말리아'의 기근은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남아도는 미국의 식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아도는 미국의 농산물이 농업의존도가 높고 기후변화가 심한 소말리아를 붕괴시킨 것처럼 잉여 공산품은 공업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남아도는 미국의 탱크와 전투기가 제3세계에 전쟁 혹은 군비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처럼. '세계화'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일까, 아니면 국가를 멸망시킬 교활한 '트로이의 목마'일까. 97년 'IMF 통치'가 시작된 한국도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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