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혐의와 관련, '형사재판은 무죄, 민사 책임은 인정'이란 엇갈린 법원 판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O J심슨 사건'이 대구지법에서도 나왔다.◇사건=평소 친분이 있는 박모(43.의료기판매업)씨와 정모(42.의사)씨는 지난 95년 1월 박씨의 승용차에 동승해 가다 경주시 인왕동 2차선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 3중 충돌사고를 냈다. 박씨는 전치 2주였지만, 정씨는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다. 사고 직후 서로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주경찰서는 거짓말탐지기 반응 등을 근거로 정씨를 운전자로 결론짓고 입건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은 경찰이 이번에는 '2명 모두 운전했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려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조사에서 박씨를 운전자로 지목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대구지법 경주지원은 박씨에 대한 장기간의 심리 끝에 지난 96년 11월 금고 1년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지법은 박씨가 운전자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이 99년 1월 이를 확정지었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박씨는 "정씨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허위진술과 위증을 했다"며 일부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 차량수리비, 변호인 선임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등 3억7천만원 배상의 민사소송을 청구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는 "박씨에 대한 무죄판결은 법관이 확신을 갖게하는 입증이 없다는 뜻일 뿐 정씨를 운전자라고 증명한 것이 아니다"고 판시,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는 현재 서울.인천지법에 계류중인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책임을 반반씩 나눠지라는 재판부의 중재를 거부한 상태여서 상급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형사책임은 99.99%의 합리적 의심이 들어야 물을 수 있으나 민사책임은 이와 달리 51%의 의심만 들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박씨가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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