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구석구석마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시대. 그러나 군위군 고로면 안용아 마을 사람들은 호롱불로 밤을 지낸다. 밤 뿐이 아니다. 요즘같이 찌는 낮에도 선풍기를 못틀고, TV 역시 없다. 전기가 안들어오기 때문.
"평생 내 집에서 선풍기 바람 한번 쐬어 볼 수 있겠냐?" 이상후(65)씨가 불평하자 부인 박영난(62)씨가 맞장구를 쳤다. "요즘 TV에서는 '왕건'이 인기 있다며? 그것도 못봐서야 어디 쓰랴".
대구에서 살다 1987년 물·공기 좋다고 찾아 들었다는 이씨 부부.
주말이면 대구의 자녀·손주들이 찾아온다.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애들에게까지 그럴 수 없다" 하는 마음으로 처음엔 발전기를 돌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기름값이 한달에 40만~50만원이나 드니 포기할밖에.
하지만 이 정도도 사실은 호사스런 생각이다.
이 마을 인구는 6가구 8명. 그 중 조기호(43)씨에게는 이 마을이 300여년 세거지이기도 하다. 지금은 칠십 노모와 함께 1만여평 땅을 일궈 벼·고추·호박 농사를 짓는 중. 그러나 전기가 없으니 고추 말리는 건조기를 돌릴 수 없고, 호박을 저장할 저온 저장고도 갖출 수 없다.
"갖은 고생해 거둔 농산물을 보관 한계 때문에 제값 못받고 팔 때는 정말 속상한다"고 했다.
그러다 드디어 마을에 일이 났다.
최근 산자부가 5가구 이상 마을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전기를 공급해 주겠다는 사업을 시작한 때문. 그러나 이 마을의 주민등록 가구는 겨우 4가구. 나머지 2가구가 자녀 교육을 위해 주민등록만 외지로 옳겨 놓은 탓이다.
한가구가 모자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여기 살다 떠난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경북도청 과학기술진흥과 김승열(42)씨는 "내년도 지원 사업 대상을 정하기 위해 지난 2월 군청을 통해 조사했으나 군위에는 해당 마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만약 5가구라는 그 지원 기준을 끝내 못맞추면 이 마을은 자기 돈을 들여 전기를 넣어야 할 판이다. 전기가 들어와 있는 인접 마을에서 연결하려면 m당 공사비가 4만7천원이고 거리가 3km여서 1억3천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한전 군위지점의 이점석(38) 배전과장은 "30년 장기융자로 할 수도 있으나 그래도 가구마다 매월 29만7천여원씩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군위·정창구기자 j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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