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교조 급성장-조합원수.분회 증가

전교조(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1999년 7월1일 합법화된 뒤 2년여만에 조합원 수 증가, 분회 확충, 각종 활동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더욱이 이는 곧바로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교원의 근무 조건과 복지를 향상시켜 나가는 것은 물론, 교복.졸업앨범 공동구매, 교과 연구 등 학생.학부모가 직결된 부분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 출범 당시 정권의 탄압, 해직 등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참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기 이른 감이 없잖다. '기대 속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현실인 것이다.

◇얼마나 성장했나?=합법화 당시 전교조 대구지부 조합원은 350명. 그러나 합법화 이전 후원회원으로 있던 800여명이 그해 말까지 거의 가입하면서 작년 초엔 1천500명 규모로 커졌다. 현재는 조합원 수가 무려 4천500명을 넘었다. 김형섭 지부장은 "연말까지 1만6천명 가량의 교원 중 6천명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국.공립 중.고 교사 가입률이 43% 정도로 가장 높다. 올들어 초등 교사가 400명 이상 가입하면서 작년까지 15%대이던 초등 가입률이 27%로 높아졌다. 올해는 30대 중반~40대 초반의 중견 교사들이 대거 가입한 게 특징. 작년 첫 단체교섭에서 주감제와 선도 폐지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둔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별 분회 결성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내서, 경진, 반야월, 대덕 등 초교와 중앙상고가 분회를 만들었고 시지초, 화원초, 강북초, 관남초, 성지중 등의 분회 결성도 계획돼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분회는 학교별로 전교조 교사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단위이다. 최근 분회 결성이 잇따르는 것은 그만큼 교사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 여기에 자기 주장이 뚜렷한 신세대 교사들의 가입이 늘면서 교장-교감-부장-교사로 이어지는 권위주의적 틀이 상당 부분 깨졌다.

교무실이 달라지면 교실도 바뀐다. 교사들은 "교무실 스트레스가 줄면 아무래도 수업에 여유와 활기가 생긴다"고 했다. 자율적인 수업 운영, 현장 체험 학습 강화 등 교사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고 했다.

변화를 이끄는 건 교사들이지만, 대구지부의 조합 운영 원칙 변화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지부는 폭로전, 집회, 시위 등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일단 법과 제도의 틀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원칙으로 바꿨다.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교장이나 교감에게 통보, 처리시한을 준 뒤 △공문을 내 공식 처리하게 하고 △교육청에 해결을 요청하며 △교육부나 노동기관에 진정.제소하는 등의 단계를 밟는다는 것이다.

김병하 사무처장은 "올해 200여개 학교를 방문, 학교별 파일을 만들어 문제를 유형화했다"며,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면 문제 해결에 한달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잘못된 교육행정에 대해서는 행정적으로 맞선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구지부 사무실에는 학교별로 쓰레기 수거, 당직, 잡무 만들기, 수업 간섭, 내신 희망서 조작, 체육부 관련 쌀 모금 등 갖가지 교내 문제와 관련된 교사들의 확인서와 관련 공문, 처리 결과들이 빽빽히 정리돼 있다.

◇관심 가는 문제들=교사들의 힘만으로 학교 안팎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 전교조는 학부모, 시민단체 등과 힘을 모아 잘못된 관행에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복 공동 구매. 재작년부터 도원중.제일여중.와룡고 등 일부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어렵사리 시작한 교복 공동 구매는 올들어 급격히 늘어, 하복의 경우 20개 이상 학교가 참여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YMCA와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졸업 앨범 공개 입찰도 올해 도입하는 학교 수가 늘면서, 전교조와 업자들 사이에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지부는 내년까지 대다수 학교들이 공개 입찰제를 도입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교사들은 앞으로 수학여행 여행사 선정, 숙소 결정 등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힘 쏟을 계획. 또 체육복 구매 등 몇몇 문제만 해결방안을 찾아가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합리하게 느껴온 많은 관행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합법화 이후 전교조가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과제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함께 참교육 운동 단체로서의 성과도 보여야 한다는 점. 지난해까지 단체교섭에 힘을 쏟아, 학부모와 시민들로부터 참교육이라는 목표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임전수 정책실장은 "작년 교섭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잡무를 없애고 교원 권익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요 의제는 7차 교육과정 수정 고시, 교장.교감 선출 보직제, 학급당 학생수 25명으로 조정 등이다.

아울러 입시 위주 교육과 거기서 파생되는 사교육 문제를 풀어 나가고, 한편으로는 교과 모임 활성화와 직무 연수 확대를 통해 교사의 역할과 능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지부의 경우 연내로 '학교지원국'을 설치해 교내 문제 해결,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 지역사회와 학교의 연계 등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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