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기업 부채 왜 그렇게 불었나

경제위기 극복의 제1 모토인 '개혁'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공기업 부채구조 악화는 그동안 추진돼 온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대 정부 신뢰도에 또한번 먹칠을 한 셈이다. 한나라당이 24일 공개한 공기업 부채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정부가 투자한 104개 공기업의 총부채는 446조원으로 지난 3년 동안 무려 81조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의 고삐가 가장 단단했던 지난 3년간 해마다 27조원씩의 부채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업의 부채 증가가 경제에 반드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과 사회 인프라 구축 등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투자 때문이었다면 이는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그런데도 유독 공기업의 부채증가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그 투명성이 결여돼있기 때문이다. 부채증가 원인에 대한 당국의 "신규사업 증가와 종업원 복지향상, 공적 금융기관의 예금 증가 때문"이라는 답변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 바로 투자 격감인데 신규사업 증가라는 말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특히 종업원 복지에 사용했다면 온 국민이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판국에 빚은 갚지않고 '집안 잔치'를 벌인 공기업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예금증가 때문이라면 비금융권이 진 빚 109조원(매년 35% 증가)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제 공기업은 정보유출을 빌미로 더 이상 베일에 가려져서는 안된다. 공기업의 부채규모가 밝혀진 이상 정부는 부채증가 원인을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가뜩이나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가장 지지부진하다며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마당에 관련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더 이상 개혁을 않겠다는 것과 같다.

공기업도 분명 부채가 증가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용도를 떳떳이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예외없는 투명성 제고(提高)만이 공공부문 문제해결의 핵심임을 재삼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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