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건강 365일-닥터 쇼핑

"아기가 기침을 오래해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도 낫지 않습니다. 기침 뚝 떨어지게 하는 주사 없습니까?"

요즘 엄마들은 아기가 조금만 이상해도 과민반응을 보인다. 아기 때문에 용하다는 병원을 여기 저기 찾아 다니는 '닥터 쇼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닥터 쇼핑'은 결과적으로 아기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닥터 쇼핑'을 확산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어떤 병이든 치료를 받으면 즉시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부모의 잘못된 믿음이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헤매는 동안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오히려 큰 병을 키우게 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천식을 예로 들어 보자. 처음에는 기침이 심해 동네 소아과를 찾는다. 그러나 기침을 한다고 곧바로 천식이란 진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기침 치료를 해도 낫지 않고 3주 이상 계속되고, 쌕쌕거리는 소리(천명)가 들리면 의사는 천식으로 진단하게 된다. 그런데 '닥터 쇼핑'을 하는 엄마들은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병명을 확인하려 한다. 먼저 갔던 소아과에서 진단 붙인 병명을 숨긴 채 다른 의사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 보려한다. 먼저 갔던 소아과의 의사가 혹시 오진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미리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병의 정확한 진단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뇌수막염도 마찬가지다. 뇌수막염의 증상인 열과 두통 등은 감기 증상과 유사하다. 그래서 의사가 환자를 처음 진찰했을 때 바로 뇌수막염으로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열이 내려도 강력한 두통이 계속되고, 구토증상이 있고, 의식의 변화와 경련 등의 증상이 진행되는 것을 관찰했을 때 뇌수막염으로 진단한다. 처음 방문한 소아과의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해서 다음 날 다른 소아과나 한의원에 가면 진단과 치료의 시기를 놓쳐 자칫 목숨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

동네 소아과 의사에 대한 불신도 '닥터 쇼핑'의 이유다. 그러나 큰 병원이 아기의 병을 더 잘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아기를 치료하다가 대학병원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동네 소아과 의사는 큰 병원으로 보내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몇가지 특수한 질환을 제외하고는 동네 소아과를 다니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사람이 많고 북적대는 큰 병원에 가면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은 쉽게 병균에 감염될 수 있다. 또 워낙 환자들이 몰려 아이의 질병과 육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어렵다.

좀 더 나은 의사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 믿을 만한 동네 소아과를 정해 놓고 의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면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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