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단과 철강업계가 1일부터 포철 명예회장으로 복귀토록 돼 있는 '철강신화 박태준'을 두고 예민해져 있다. 포항 시민들은 "TJ가 나서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는 국내 철강 경기와 포항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 그러나 일부에서는 또다른 시각도 갖고 있다.
◇포철측 입장=일관되게 "별다른 의도가 없는 설립자에 대한 예우"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다르다. 지난해부터 포철 경영진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와의 갈등,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측의 애매하고 이상한 태도 등 민영화 이후 달라지고 있는 포철의 대외적 위상을 재정립해 주고 난제들을 풀어 줄 '대외 방어벽'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실제로 포철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 분이 포철 안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부에서는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또다른 고급 간부도 "1998년(유상부 회장 체제 출범) 이후 회사 내부는 안정됐지만 대외관계는 불편해졌다"며, "TJ가 나서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포철은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박씨의 의사와 관계 없이 1일부터 그를 명예회장으로 대우키로 했다. 사규에 명예회장 직제가 없어 공식 직함은 '고문'으로 하되, 호칭은 명예회장으로 한다는 것.
◇지역경제계와 시민들 생각= 이무형 포항상의 회장은 "역할을 주문하지 않아도 취임 수락만 이뤄지면 그 다음은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라 했고, 포철공단 이강희 상무는 "이곳 실정을 잘 아는 분인 만큼 효과적인 불황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다수 공단업체 대표 등 포항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국내 철강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 대정부 접촉 등을 통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TJ에 의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여론 주도층은 민감하다. 지역 발전협 이상곤 사무국장은 "민영화, 외국인 지분 확대 등 때문에 생기고 있는 지역과의 거리감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뿐"이라 했고, 한 사회단체 대표도 "국회의원·총리 재임 때 한 지역현안 해결 약속 이행을 위해서라도 복귀가 도움될 것"이라며 그의 지역사회 역할론을 강조했다.
◇우려·반대론=대다수 시민들은 "포철의 일이니 더 지켜 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TJ가 정치에 발을 들여 놨다가 회사까지 정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던 만큼 다시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타냈다.
특히 노동계는 일단 부정적이다. 민주노총 포항협의회 김병일 의장은 "박씨는 노조탄압 장본인이며 구시대적 인물이다. 포철의 권위주의 회귀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경계했다. 지역의 야당 한 인사도 "총리까지 지냈는데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게 좋지 않겠느냐?. 아무리 명예 회장이라지만 물러나 있던 사람을 다시 끌어 들이려는 이유도 납득키 어렵다"고 했다.
일부 젊은 포철 직원·간부들도 창업 1세대를 비롯한 원로들의 영향력 증대 또는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달갑잖은 반응을 보였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