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도심에 야생동물의 출현이 속출, 학계와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팽창에 따른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파괴로 먹이가 부족한 야생동물들이 도심에 출몰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조림, 공원녹지 확대, 밀렵 금지 등 친환경적 여건의 증가 또한 한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도심에 나타나는 야생동물들이 탈진, 교통사고, 전염병, 중금속 오염 등으로 다치거나 숨지는 피해사례도 빈발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보호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 출현
대구 인근 및 도심에 나타나는 야생동물은 큰소쩍새,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과 말똥가리, 갹도요, 해오라기, 왜가리, 너구리, 고라니, 노루, 백로, 올빼미 등 수십종.
수성구 범어동 범어배수지에 100여마리의 백로가 집단서식하는 것을 비롯 수성구 팔현리, 상동교 부근 등지에서도 살고 있다. 소쩍새,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 야생 조류들도 아파트 옥상이나 굴뚝, 전신주 등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달 초 대구시 남구 한아파트 도색작업 중 굴뚝에 둥지를 틀고 알을 부화중인 황조롱이를 발견했다.
너구리는 곳곳에서 골목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가 하면 부화한지 2~3일 밖에 안된 새끼 수리부엉이, 올빼미, 소쩍새 등의 비행연습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신천 상류 지역에는 백로, 청둥오리, 원앙, 왜가리 등 갖가지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북구 국우동, 도남동, 동구 능성동, 진인동, 달성군 현풍면 오산리, 자모리 등 산자락 마을 일대에선 멧돼지떼가 자주 출몰, 과수 및 논밭을 짓밟아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 피해
지난달 29일 달서구 월성동 ㄷ산업에서 5, 6년생으로 보이는 고라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뒷다리 골절과 왼쪽 안구가 파열된 채 발견됐다. 같은날 수성구 범어동 범어공원에선 백로가 탈진해 있는 것을 발견,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지난달 중순 2년생 노루가 달성군 다사읍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졌다.
천연기념물 지정 병원인 동인가축병원 최동학(37) 원장은 "교통사고, 탈진,
굶주림, 전염병, 중금속 오염 등으로 치료를 받은 야생동물이 5월에만 40마리가 넘는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너구리만 해도 교통사고와 홍역 등으로 지금까지 30여마리가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 원인 및 대책
전문가들은 △ 밀렵 금지, 포획 감소 등 야생동물 보호에 따른 개체수 증가 △ 조림 및 공원 확대 등 도시 환경 변화 △ 도시팽창에 따른 서식지 파괴 △ 산자락과 도시의 들쭉날쭉한 지형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54) 회장은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버리고 목숨을 걸고 도시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생태계 파괴를 의미한다"며 "도시 개발을 멈추지 않는한 야생동물의 도시 출현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나친 도시개발을 자제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확보하는 한편 이동통로를 열어 주고 산기슭과 도시사이에 완충지를 만들어 이들의 도시 진입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북대 박희천(53.생물학과) 교수는 "야생동물들이 깊은 산중보다는 산기슭에 많이 서식한다는 점을 감안, 도시확대 개발을 자제하고 이들의 공간을 최소한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며 "대구는 친환경적 도시의 가능성이 많은 만큼 도시계획 및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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