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물푸레언덕'을 지키자

제법 따가운 초여름 햇볕아래 선글라스를 낀 한 학생이 침묵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북대 북문 앞. 낮 12시부터 1시까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수업이 비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다. 벌써 보름째.

피켓의 내용은 학교환경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라는 것. 피켓 아랫부분에 작은 글씨로 '물푸레언덕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 적혀있다. 홀로시위를 하지만 의견에 공감하는 동료들은 여럿 있음을 짐작케 한다.

"물푸레 언덕은 경북대 본관 뒷편의 자그마한 숲입니다. 작지만 나무가 울창해서 제법 생태계를 갖춘 곳이죠. 학교는 이곳에 건물을 지으려 합니다"

김태강(25·경북대 철학과 2년)씨는 캠퍼스내 숲들이 건물 신축에 밀려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씨가 몸담은 곳은 동아리 '지구를 위한 학생연대'. 지난달 28일엔 열린글터, 청년진보당 학생들과 함께 '물푸레언덕…'을 결성했다.

'물푸레언덕…' 학생들은 80년대 20개이던 경북대 캠퍼스 건물이 현재 100개로 늘어났다며 더 이상의 무분별한 증축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5월 완공 예정으로 본관 뒷편에 신축하려는 건물은 '학생종합서비스센터'. 수업·학사·취업 등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학생들로선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그만큼 편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설계는 거의 마무리됐고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입찰과정만 남아있다.

"신축을 막는 일이 과연 불가능할까요? 벌써 1천명의 학우들이 반대 서명을 했습니다. 학생 편리를 말하지만 이미 모든 시설들이 걸어서 3분거리에 밀집돼 있습니다. 이처럼 원칙도 없이 숲이 비집고 들어갈 틈만 있으면 나무를 베어버리고 건물을 짓는 무분별한 개발은 이젠 중단돼야 합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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