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재계가 건의한 72개 경영애로사항 중 34건을 수용키로 한 것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재벌개혁 후퇴'라는 일부 비난의 목소리까지 감수하며 공정거래부문, 금융부문, 세제부문 등으로 나눠 재계의 불만을 일일이 챙긴 것은 정부로서는 드문 일로 경제활성화의 화급함을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출자한 경우에는 출자총액제한 한도를 2003년 3월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과 30대 그룹에 신규지정된 업체로서는 '발등의 불'인 한도초과분 해소 유예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것은 규제완화 차원을 넘어선 조치다.
정부의 이번 기업환경개선조치는 수출과 투자촉진을 겨냥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째 마이너스인데다 지난 3월 이후 수출증가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미국경제의 하반기 회복여부도 불투명, 경제회복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수 있는 것이라면 거의 다 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정부도 "원칙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풀 것은 풀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업계도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함으로써 5월초 민병균 자유기업원 원장의 '시장경제와 그 적들' 이라는 글에서부터 촉발된 재계의 춘투(春鬪)는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업계로 넘어간 느낌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일부 기업은 상당한 실익을 챙겼고 일부는 혜택을 받지 못해 섭섭하다는 반응은 자칫 규제완화 조치가 예외를 인정해주는 '특혜' 조치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재계 길들이기용 '당근'으로 전락한다면 오히려 근본 취지인 산업경쟁력 강화를 부식(腐蝕)시키는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적당주의에 영합한 조치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집권후반기 누수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지금, 이번 조치가 자칫 재계의 목소리에 굴복한 적당주의의 산물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정치논리를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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