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 앞으로…'. '사격개시…'. 초여름 수풀을 헤치고 총구를 겨누며 뛰쳐나오는 유격전 용사들. SF영화나 '스타크래프트'같은 사이버 공간상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소속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총을 쏘아 적을 죽여야 내가 살아 남는 모의전투 서바이벌 게임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특수부대원과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위압을 주는 전투복장과 실제무기를 빼닮은 갖가지 모형의 총기들. 서바이벌 게임은 컴퓨터속의 가상 전투가 주는 쾌감과는 달리 실전을 무색케 하는 짜릿한 스릴이 매력만점인 전신 운동이다. 산속을 달리고 구르다 보면 어느새 몸에 찌든 스트레스도 저만치 달아난다. 입문동기야 어릴때 전쟁놀이의 추억이든 군대를 다녀온 어른들의 향수이든 맑은 공기속에서 '아마추어 전투원'으로 하루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지난 27일 대구 앞산 승마장 옆 야산. 서바이벌 동호회 '아이스 랩터'의 전쟁이 한창이다. "두두두둑…. 두두두둑…". 완전무장한 보병팀과 실(Seal)팀간의 본격적인 교전이 벌어졌다. 비오듯 쏟아지는 BB탄알. 여차하면 맞아 죽는다. 앞서 나가던 실팀 돌격조 2명이 다급하게 "전사""전사"를 외친다. 보병팀 저격수의 조준경에 걸린 것이다. 남은 대원들을 향해 한번씩 웃고는 멋적은 듯 얼른 전투장을 빠져나간다.
잠시 정적. 이어 실팀 지원조와 우회조의 긴급 작전회의. 포인트맨(적의 위치 파악을 위해 희생되는 요원)을 투입, 적의 시선을 끈 후 2개조로 나눠 적진을 전면 돌파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포인트맨으로 뽑힌 대원이 신호를 주고는 바위 뒤에서 뛰어나간다. 기다렸다는 듯 보병팀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11시 방향". "돌격 앞으로". 실팀 팀장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맞춰 대원들이 동시에 자리를 박찬다. 높은 포복으로 이동하며 응사한다. 그러나 차례로 한명씩 "전사" 외마디를 내지르며 손을 들고 만다. 순식간에 게임종료. 이번 전멸전은 보병팀의 승리. 보병팀의 사기는 기세등등해졌다. 지난 주 패배의 쓰라림을 고스란히 앙갚음한데다 팀원이 큰 피해없이 실팀을 누른 탓인지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는다.
전투를 끝내고 집결지로 돌아오던 김기동(34·회사원)씨는 "다음주에는 고령의 폐공장에서 시가전을 계획하고 있다"며 "시가전 근접 전투야말로 권총이 위력을 발휘한다"며 권총의 종류와 성능을 줄줄 늘어놓는다.
김씨는 바로 총기류 마니아. 그가 갖고 있는 권총만 10자루, 소총 4자루, 가스기관단총 1자루 등 필드로 나설때면 혼자 들고 다니기 벅찰 정도. 입문 2년째라는 홍일점 진영선(27·회사원)씨는 "여자라고 특별히 봐주는 것도 없다"며 "어쨌든 오늘은 이겨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고 싱글벙글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서바이벌 게임의 종류와 방법
서바이벌 게임의 방법은 크게 △모형 소총과 BB탄을 사용하는 전투와 △디아블로라는 가스총과 페인트볼로 만든 탄환을 사용하는 2가지 경우가 있다. 전자는 주로 동호회 회원들과 각종 공식대회에서 이용한다. 녹말가루로 만든 BB탄은 두달쯤 지나면 자연상태서 분해된다. 말랑말랑한 캡슐 형태의 페인트탄은 몸에 맞으면 빨간색 물감이 터져 군복 여기저기에 얼룩을 남긴다. 이벤트사 등 대규모 서바이벌 게임을 치를때 사용된다.
게임의 종류는 △상대팀을 모두 전사시켜야 하는 전멸전 △상대팀 진영의 깃발을 빼앗아 자기 팀 진지까지 가져오는 깃발전 △상대팀의 고지를 점령하는 고지점령전 △1대1 게임으로 권총을 모두 분해한 상태에서 상대방보다 빨리 조립해 먼저 쏘는 쉬리전 등이 있다.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 하려면 일단 동호회에 가입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 입단 여부 결정은 동호회별로 약간씩 차이가 난다. 한국서바이벌스포츠연합 인터넷 홈페이지(www.kossa.or.kr)에 들어가면 전국 10개 지부장과 홍보팀 책임자의 연락처를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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