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략 만연·군입대까지 기피-특권층 자녀 문제 심각

롤렉스 시계, 루이비통 핸드백, 폴로 T셔츠, 금목걸이와 반지….지난달 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카메라에 잡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 일행의 옷차림이다. 이처럼 특권층 자녀의 사치와 무분별한 행동은 폐쇄된 사회인 북한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북한은 현재 황금만능 풍조에다 군입대 기피, 향락이 만연, 특권층 자녀들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특권층 자녀들은 대개 당고위층이나 외화벌이직 간부의 자녀들, 일본의 친척이 있는 북송 교포 2, 3세들이다. 남한의 부유층 자녀들이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모이는 것처럼 이들은 평양 창광거리로 모인다.

평양은 대동강을 경계로 서평양과 동평양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서울의 강남에 해당하는 서평양은 다양한 문화시설과 정부청사, 고급아파트 등이 밀집돼 있다. 이곳 서평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놀기좋은' 곳이 창광거리다.

창광거리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주변에 고려호텔, 인민문화궁전, 만수대예술극장 등 북한 최고의 건물과 문화시설은 물론 평양1백화점을 비롯해 창광원, 창광음식거리 등 쇼핑점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늘어서 있다. 심지어 가라오케도 성업중이다.

북한의 특권층 자녀들은 외제 승용차를 타고 외화상점을 돌아다니며 외제 고급품을 산다. 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는 청바지, 선글라스, 세이코 손목시계, 아디다스 스포츠용품 등. 이들은 또 외국인 전용 댄스장에 들어가 외국음악에 양주를 마시며 외제담배를 피우고 북한에서 금지된 디스코 춤을 추며 즐긴다. 이곳의 하룻밤 술값은 일반인들의 1년치 월급에 해당될 정도로 비싸다. 최근에는 장사로 많은 돈을 번 지방의 젊은이들도 평양으로 원정와서 이곳을 출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특권층 자제들만 다닐 수 있는 평양1고등중학교에서 공부하고, 이곳을 졸업하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외국어대학에 입학하는 등 특별대우를 받는다. 이들은 또 남한의 일부 특권층 자식처럼 군복무를 기피한다. 이 때문에 80년말 김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비서국 비준대상(성·위원회 국장급 이상)간부 자녀들에 한해 대학진학전 2년 이상 군대(인민군 의무복무기간은 7~10년) 또는 직장생활을 의무화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군대가 아닌 사무직이나 외화벌이, 무역부문 노동자로 배치받아 시간을 때운 뒤 2, 3년뒤 입당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하는 편법을 쓰고 있으며, 이마저도 하지않는 젊은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기들끼리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며 신부혼수감으로는 일반인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5장6기(5장:이불장 옷장 찬장 책장 신발장, 6기:텔레비전 세탁기 녹음기 냉동기 재봉기 선풍기)'는 기본으로 호화혼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탈북자는 "창광거리는 서울과 비슷해 없는 것이 없지만 달러나 엔화같은 외화나 '외화와 바꾼 돈(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일종의 전표)'만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보통 물건가격이 노동자 1년치 월급을 훨씬 웃돌아 보통사람은 그곳에 가는 것조차 엄두를 못낸다"며 "특권층의 무분별한 행위가 일반주민들로 하여금 위화감을 느끼게함은 물론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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