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삼킨 우리나라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아직 밑바닥 수준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은 구조조정의 효율성은 물론이고 그 당위성(當爲性)마저 위협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1일 삼성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작년말 현재 재무건전성 등급(무디스 평가)은 평가대상 77개국 중 71위에 머물렀으며 은행들의 평균신용등급도 52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전체직원의 38%인 4만3천명 이상을 해고시키고 점포수도 1천200개 이상이나 줄여가며 가장 가시적인 구조조정의 철퇴를 휘둘러 온 은행의 실상이 이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은 국민을 허탈하게 한다.
아무리 '밑빠진 독'이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놓고도 무수익(無收益) 여신비율이 아직도 6.6%라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덕적 해이'의 극치이며 구조조정의 병폐(病廢)가 아닌가. 구조조정 자체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이중적 모순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부는 구조조정의 방향을 은행통폐합을 통한 외형적 구조조정에서 탈피, 수익성·건전성 등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그 예로 우리은행에 우려되는 것은 무수익 여신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추가 공적자금의 필요성과 연결된다. 박승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심각한 신용위기가 없는 한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다음날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미국의 매킨지는 "한국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하려면 78조원의 추가 공적자금을 조성, 잠재 부실을 완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내 정책입안자들의 발언 신용도가 떨어진 상태라 매킨지의 주장이 오히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질(質)은 무시하고 양(量)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을 거듭 밝혀둔다. 정부는 공적자금이 '눈먼 돈'으로 행세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행방부터 철저히 밝혀야한다.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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