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경북 북부지역을 휩쓸고 있는 현재의 심각한 가뭄은 빈도 수로 봐서는 '50년만에 한번 나타나는 가뭄'이라고 관계기관들은 판정하고 있다. 대책을 세우더라도 이런 희귀한 경우까지 감당하려 많은 시설을 하는 것은 경제성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그만 가뭄에도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상당수 지역에서는 식수 부족과 소방차 물 공급, 모내기 어려움 등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기존 시설조차 제대로 활용 못해

소류지.보 등도 중요한 수원이지만, 준설.개보수 등이 부실해 가뭄이 닥칠 경우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청 이용재 건설과장은 "소류지.보 바닥이 토사로 메워져 물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때문에 영양 군의회 이상용의원은 "소류지 흙도 퍼내야 하지만, 그곳에 관정을 박아 지하수를 퍼올림으로써 소류지 수위를 늘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영양군 청기면 토구리 양지마을에는 이같이 만들어진 대형 관정을 이용해 저수지 유지수가 공급돼 오고 있다.

관정 관리에서는 더 큰 문제가 고질화돼 있다. 산간 농지는 저수지 조성이 불가능해 대부분 계곡수에 의존하다가, 암반 관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밭은 거의 전부가 관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 만든 관정이 평소에는 관리가 안돼 유사시 못쓰고 있다.

안동시청은 최근 5년 사이에 공당 3천여만원이 소요되는 암반관정 96개를 뚫었으나 10% 정도는 폐공됐고 50% 정도는 사용을 못하고 있다. 영양군청도 개인용 소형 관정 400여개와 중형 이상 100여개를 뚫었으나 소형관정 중 사용 가능한 것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관계자가 말했다.

이는 관정 관리가 농민들에게 넘겨지고 관리 비용이 책정되지 않아 지하 암벽층이 관정 공간을 메우지 못하도록 하는 '우물자재' 등 처리를 하지 않아 못쓰게 된다는 것.

봉화지역에 있는 논 농사용 27공, 밭 용수용 56공 등의 암반관정에는 수중 모터펌프가 갖춰져 있으나 평상시 시운전 등 점검이 되지 않고 있다. 봉화군 물야면의 한 동네에서는 전기료 부담 등을 이유로 몇년 동안 사용을 하지 않다가 올해 극심한 가뭄이 닥치자 관정을 사용 못해 피해를 입었다. 반면 명호면 고감리에서는 마을주민들이 수리계를 조직해 관리, 이번에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봉화읍사무소 김승한 건설담당은 "전문회사와 계약해 정기 점검.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무엇보다도 농민 스스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도수로 물 소실 방지책 시급

안동 길안면은 땅이 사질토여서 하천물이 마르면 논밭의 물까지 금방 말라 붙는다. 이때문에 도수로를 콘크리트로 만들어 물 유실을 막는 일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노팔암(62)씨 등 거산들 농민들은 "4년 전 경지정리를 하면서 흙으로 수로를 만들어 물의 절반 이상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올해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로면 간송리 논들은 시멘트 수로 설치로 물 흐름이 좋고 낭비가 없어져 올같은 가뭄에도 일찌감치 모내기를 끝냈다. 저수지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물이 논밭까지 제대로 가도록 만드는 일 역시 그 못잖게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다.◇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지역들

영주시 풍기읍 금계, 순흥 배점.단산 중소규모 댐은 지난달 중순부터 매일 6만∼3만4천여t의 물을 방류, 농사는 물론이고 하천이 말라 붙어 어려움에 처했던 영주 상수도 취수에도 큰 도움을 줬다.

봉화에서는 총 저수량 64만5천t의 창평저수지, 40만6천t의 금봉저수지, 36만4천t의 하눌저수지, 33만7천t의 동면저수지 덕분에 아랫들 모내기에 문제가 없었다.많은 불만을 사고 있기도 하지만, 안동댐.임하댐 하류도 이달 하순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도 물 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댐 관리단 이연배 단장은 "합천.남강댐과 통합.연계해 종합적으로 물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낙동강 수계의 가뭄에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영양 지역은 올해 가뭄이 가장 심각하지만 200만t 규모의 석보면 화매지 하류지역은 거의 물걱정을 않고 있다. 문경 경천댐이 만들어지고 난 뒤 문경 상당수 지역은 물론 하류 예천까지도 올해의 심각한 가뭄에도 잘 견디고 있다.

◇지표수 관리가 핵심

어느 시.군청이나 한결같이 항구적 가뭄대책으로 내놓는 방안이 중소규모 댐 증설이다. 영주시청 김선옥(46) 농지담당은 "관정 개발과 양수장 건설도 올해 같이 하천수나 지하수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중규모댐 건설을 늘리는 것 뿐"이라고 했다. 더욱이 지하수는 마구 개발할 경우 오염.고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봉화군청 이유덕(44) 농지담당은 "우리는 물 사용량의 40% 이상을 하천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면서 밭 기반정비 등으로 농업용수 사용량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물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과제로 대두됐다. 지표수 활용을 위한 다양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지표수 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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