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네팔 왕위찬탈설 나돌아

네팔 국왕 일가 몰살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네팔 정부와 왕실은 4일 국왕 일가 총격사건의 진상 및 사법적 책임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일부 시위대와 서방언론들은 새로 즉위한 갸렌드라 국왕 음모설을 제기하고 나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폭력시위 확산=비렌드라 국왕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뇌사상태에서 왕위를 계승했던 디펜드라(29) 국왕이 4일 오전 사망함에 따라 섭정을 맡았던 디펜드라 국왕의 숙부 갸넨드라(54) 왕자가 새국왕에 등극했다. 이날 국왕 취임식 뒤 네팔 시위대 수천명은 왕궁 300여m 앞까지 몰려가 사건진상을 요구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군은 왕궁을 향하는 주요 도로를 급히 봉쇄했다. 일부 시위대는 "갸넨드라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으며 카투만두 동부지역 경찰서에 방화가 시도되기도 했다.

네팔 내무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6일 새벽 5시까지 수도 카투만두 일원에 통행금지령을 선포했으며 시위대중 2명이 경찰봉과 경찰발포로 숨졌다.

◇증폭되는 의문점들=사건 발생 과정과 배경에 대한 정부 공식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새 국왕에 추대된 갸넨드라 국왕과 왕실 관리들은 4일 왕실 참사는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며 디펜드라 왕세자가 부왕 등을 살해했다는 정부의 최초 설명을 부인했다. 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디펜드라 국왕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으며 왕실 의전 책임자 치란 타파도 "디펜드라 국왕은 살인자가 아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정부 관리들은 디펜드라 국왕이 만찬 석상에서 모친인 아이스와랴 왕비가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는데 격분해 자동소총을 난사, 부왕 등 8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왕실과 정부의 설명이 일관성 없이 바뀌자 사건의 진실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정치적 음모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신문들은 디펜드라 결혼문제를 상의하기 위한 만찬에서 유독 갸넨드라가 불참한 사실을 주목하면서 일부에서 그가 이번 총격사고와 연관이 있다고 의혹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전망=만일 디펜드라 국왕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획책했다면 네팔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이 네팔 정국 안정의 일차적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갸넨드라 국왕의 주장처럼 왕족 몰살사건이 우발적인 사건으로 종결되더라도 작고한 비렌드라 국왕처럼 대중적 존경과 인기를 누리는 통치자가 되기는 힘들 전망이다갸넨드라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막강한 왕권을 상징적인 입헌군주로 전락시킨 비렌드라 국왕의 결정에 반발한 전력을 갖고 있다. 또 그의 아들 파라스 왕자도 지난해 가을 5명을 숨지게 한 뺑소니 교통사고 연루혐의를 받고 있어 네팔사회의 기피인물로 알려져 있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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