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훈의 달이 슬픈 보훈가족

6월은 보훈의 달. 국가를 위해 몸 바친 분들에게 보답하자는 달이다. 그러나 이제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돼 생계 조차 감당하지 못하게 된 참전자, 희생한 아들의 연금으로 살다 생활고를 비관한 또다른 할아버지 등 2명이 최근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수많은 참전자들은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혼자 상처를 부둥켜 안고 살 뿐 유공자 지정을 받지 못하고, 연금을 받게 돼도 생계비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그렇지만 유가족은 연금 혜택자라는 이유로 기초생활 보호 대상자도 될 수 없는 실정이다.

◇영덕 강 할아버지의 자살=지난 3일 영덕읍 오보리 강태영(73) 할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음독 자살했다. 부인(71)에 따르면 강 할아버지는 아들이 중령으로 예편했다가 작년 1월 사망한 뒤 매달 59만5천원(상이등급 3급)의 연금을 받아 왔다.

하지만 별다른 생계 수단이 없는 노부부.손녀 등 4명(며느리도 이미 사망)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할아버지는 숨지기 이틀 전 경주보훈지청을 찾아가 "지금 받는 연금으로는 도저히 생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답답해진 강씨는 몇차례 기초생활 보호를 신청 했지만,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55만원보다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경산 박 할아버지의 경우="얼마나 아팠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습니까?" 지난 4월19일 경산 하양에선 6.25에 참전했다 대퇴부 관통상으로 평생 고생하던 79살의 박모 할아버지가 음독 자살했다.

그러나 박 할아버지는 일년 전쯤에야 비로소 국가 유공자로 지정됐다. 몇번의 신체 검사를 받았지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매번 탈락했던 것. 겨우 최하인 7등급을 받아 매월 21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오자 그나마 생활에 보탬이 된다 싶었다. 그러나 이 돈은 다시 끊겼고, 남은 할머니는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다.

한 동네의 또다른 참전자 최경달(72) 할아버지는 "평생 소작으로 산 박 할아버지의 일생이 어찌 그 한 사람만의 일이겠느냐?"고 했다. 최 할아버지 역시 군 트럭 전복으로 전신에 심한 상해를 입고 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 왔지만 아직까지 유공자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생각=경주보훈지청 박재호 계장은 "전체 국가유공자 중 연금을 받는 경우는 60% 정도밖에 안된다"며, "강 할아버지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했다.

6.25 참전전우회 전영준(71) 하양 지회장은 "국가유공자 지정이 너무 까다롭고, 생계보조비 월 6만5천원조차 160명 회원 중 40% 정도밖에 못받아 상당수 회원들이 여생을 힘들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배명규(79) 경산지회장은 "경산의 1천200여 회원은 물론, 전국 전우 회원들의 여생이 너무 비참해 6월만 되면 마음이 공허해져 하늘만 쳐다 볼 때가 많다"고 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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