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북부 가뭄 이모저모

가뭄 사태가 공업용수 부족으로 인한 조업 차질과 학교 급식 중단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뒤 곳곳에서 물싸움이 벌어지고, 소방대원들에 이어 군인들까지 식수 공급작전에 나섰다.

0..5일 의성 봉양농공단지 17개 업체들은 대구 등으로 대형 물통을 구하러 달려 가고 기숙사 직원들은 세수도 못한 채 공업용수 구하기에 매달려야 하는 등 '물 전쟁'을 시작했다.

CD롬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이엔텍 측은 "물 공급이 끊겨 대형 물통을 구해 공장을 가동하는 형편이지만, 토.일요일은 불가피하게 휴무키로 했다"고 했다. 이 회사의 협력업체인 삼화전착은 24시간 가동하다 야간 조업을 중단했다. 오양직물 김종연 과장은 "탱크에 남은 이틀분도 안되는 물이 떨어지면 당분간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 했고, 고속철도 및 경의선 침목 납품업체인 삼성산업 오민석 관리팀장도 "비축량이 이틀분밖에 안돼 레미콘 차량을 동원해서라도 물을 실어 오도록 비상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의성군청은 이날 삼성산업.파카텍스 등 3개 공장에 소방차로 물을 공급하면서 경북도청에 소방차 5대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0..청송 주둔 5312부대는 영양지역 학생들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4일부터 급수차 2대를 투입, 24㎞나 떨어진 청송 진보상수도 정수장에서 하루 40t씩 실어 나르고 있다.

김창희 대대장은 "식수 공급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군대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엔 학생들이 하천물인 줄 알고 기피해 장병들이 먼저 먹어 보이기까지 했다는 것.

0..군위군 소보면 도산2리 농민들은 최근 며칠 사이 만나기 드문 희열을 맛봤다. 늘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 짓던 10㏊의 천수답에 암반관정이 뚫려 옥토로 바뀌었기 때문. 수맥을 더듬는 기술자들을 바라보며 지난 4일부터 하루 종일 굴착장에 나와 초조하게 서성거리던 주민들은 드디어 지하 80m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내뿜어지자 일제히 환호하며 감격해 했다.

이 관정은 지난 1일 군청 지원금 4천만원으로 파기 시작한 것. 농민들은 돼지 머리와 마른 명태포에 절을 하며 물줄기를 찾게 해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또 수맥 찾기가 사나흘이나 실패하자 마을 분위기가 침통해지기도 했었다.노기수(47) 이장은 "물이 솟구치니 몸이 물줄기 위로 날아가는 듯 했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군위.정창구기자 jcg@imaeil.com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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