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북한상선의 제주해협과 NLL(북방한계선) 무단침범이 3일만인 어제 일단락됐다. 우리정부의 단호한 대응방침에 반응을 보인 것인지 아니면 남측 영해통과가 기정사실화 돼 더이상 분란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은 북한당국이 제주해협 부근의 선박들에게 우리 영해밖으로 나가도록 긴급지시해 사태는 한고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 상선이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투입된 이번 사태는 북측의 의도에 따라 군사작전처럼 시작됐고 상황종료 역시 북측의 판단에 의해 이뤄졌다. 우리 영해에서 발생한 사태인데도 우리의 의사는 별반 작용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정부의 대응은 남북관계 돌발사태 발생시 대처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나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할 바를 몰라 우와좌왕 했다는 인상만 남겼다.
만일 북한측이 계속 사전통보 없이 영해통과를 고집했다면 어쩔뻔 했는가. 현재의 대응방식 대로라면 상당기간 북측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북한 상선의 무단 침범
지금 우리는 잘못한 것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고도 문제를 일으킨 측이 불장난을 그만두자 다행이다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격이다.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말이 이 경우엔 적합하지 않다. 되레 맞고도 끙끙 앓는 꼴이 아닌가.
우리의 대응태세와는 별도로 이번 사태에서 긍금한 점은 북한측이 왜 이렇게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발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분석은 대체적으로 NLL 무력화.새항로 개척 등 외교.군사.경제적 다목적 응수타진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일본과 북한의 서해안 남포.해주, 중국과 북한의 동해안 원산.청진등을 오가는 북한 상선들이 제주남단 공해상 대신 제주해협을 지나가면 약 500km 정도의 항로가 단축된다. 이 경우 유류절감과 함께 하루이상의 항해시간 단축효과가 나타난다. 또 백령도 부근 NLL을 통과, 서해에서 바로 해주로 들어가면 우회시보다 135km가 단축된다.
외교.경제적 다목적 응수타진
현재 북한의 해운수송 물량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개혁개방이 가속화되면 물동량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고 그에 대비한 제주해협 단축항로의 사전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해운물량이 일본과 중국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해협 항로는 아시아를 오가는 유럽의 상선들이 멀리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도는 대신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북한은 왜 종전엔 이런 지름길을 개척할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빙그레 웃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북한에 제주항로와 NLL통과를 허용해 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한 사전 절차를 밟아야 하고 우리도 북측 영해 자유항해 보장을 받는 상호주의가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이제 1주일 뒤면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게 된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의 재개 필요성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사건이 대화재개의 계기가 돼서는 곤란하다.
정부 철저한 사전대비책 세워야
대화의 소강국면은 북측이 미국 새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반발, 남북장관급 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당국간 접촉을 일방적으로 무기연기한데 직접적 원인이 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약속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것도 대화자세를 의심케 하는 주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6.15공동선언 1주년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실현되고 교류협력이 본격 재개되더라도 이번과 같은 돌발변수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발생가능한 모든 사태에 대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꼴사나운 모습은 한번만으로도 족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다시 보이네 와"…참사 후 커뮤니티 도배된 글 논란
"헌법재판관, 왜 상의도 없이" 국무회의 반발에…눈시울 붉힌 최상목
전광훈, 무안공항 참사에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 발언
임영웅 "고심 끝 콘서트 진행"…김장훈·이승철·조용필, 공연 취소
음모설·가짜뉴스, 野 '펌프질'…朴·尹 탄핵 공통·차이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