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로 붐비는 은행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 폭탄 차량, 러시 아워에 지하철역에서 터지는 시한 폭탄, 귀와 목을 잘라내는 잔혹함, 그리고 밀수, 납치. 세계 곳곳에는 '반칙'을 일삼는 수 십여 개의 반군 게릴라가 활동 중이다.
고대로부터 게릴라의 투쟁방식은 잠복, 기습, 기만행동, 야간작전, 테러 등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통신수단의 발달과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게릴라들은 도심 테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릴라가 '반칙'을 일삼는 야비한 집단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특히 이들의 테러가 정규군이나 요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상대로 한다는 점은 악의 화신으로까지 비치게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떼강도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양자(兩者)는 '반칙'을 일삼는 다는 점이 닮았을 뿐 그 목적은 다르기 때문이다.
게릴라의 자살 테러는 정규군과의 통계적 병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대 변수이다. 또 무차별적 테러와 신체 잘라내기 등 잔혹한 행동은 희생자 개인의 목숨을 공격한다기보다 텔레비전 앞에 앉은 가족들의 공포심을 겨냥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게릴라들의 테러는 기실 여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게릴라들은 전투 중 투항하는 적을 대부분 살해한다. 이 점은 그들을 냉혈한으로 비치게 한다. 그러나 게릴라들에게 포로는 국가 단위 사회처럼 생산성 있는 하나의 노동력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보초병을 세워야 할 짐에 불과하다. 이는 게릴라의 잔혹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인 셈이다.
마약 밀수와 약탈은 소규모 '부족'형태로 구성된 게릴라 조직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족' 형태의 조직은 포로(근로자)를 두어 생산에 임하게 하거나 세금을 거둘 수 없다. 따라서 게릴라들에게 패배한 적을 죽이거나 쫓아 내 단위 면적, 혹은 단위 식량 당 인구수를 줄이는 것은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정비된 국가 단위 사회가 노동자의 생산과 세금 징수에 기반을 둔 것과 다른 점이다.
게릴라의 이 해묵은 '반칙'을 종식시킬 수는 없을까. 무조건적 '반칙포기' 촉구와 소탕작전이 과연 효과적인 해법일까.
멕시코 원주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장 궐기했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지난 3월 28일 폭탄테러 대신 멕시코 의회에서 가진 평화 연설은 '게릴라들의 반칙포기'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반군에게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양보를 함으로써로 멕시코 정부는 싼값에 평화를 사들인 셈이다.
조두진 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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