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세 차례의 지방흡입수술과 한차례의 가슴 수술을 받았다'.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살빼기 논란은 이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영화나 연극은 입장권을 사는 순간 선택이 끝나지만 방송은 시청자가 수시로 선택을 변경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방송은 시시때때로 시청자에게 영향을 주어야 하고 흥미롭고 참신한 방법으로 시청자를 유도하여야 한다.

연예정보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각 방송사마다 힘을 실어주는 프로그램.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보도와 연예오락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하는 연예정보프로그램은 상당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대중에게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주요 이슈로 여기도록 하고,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자사(自社) 방송 프로그램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사에서 내놓은 연예정보프로그램은 KBS의 '연예가 중계'와 MBC의 '섹션TV 연예가 중계', SBS의 '생방송 한밤의 TV연예' 정도.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들 방송 외에도 수시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접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아침방송 주부 프로그램. 주로 연예인이나 그 가족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연예전문기자가 출연하여 연예계 화제를 다룬다.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달리기와 걷기, 식이요법만으로 36㎏의 체중을 감량했다는 소식은 이런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순식간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영자씨의 다이어트 비디오는 불티나게 팔렸고 이씨가 둘렀다는 얼굴밴드(땡김이)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지경까지 되었다고 한다.

진 어트리라는 미국 배우는 1930~40년대 할리우드 B급 영화계를 주도했던 연기자. 서부극의 발전 토대를 닦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후세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출연작마다 '카우보이 십계명'을 되새기며 미국인들의 이상적인 가치관을 위해 애썼고 특히 청소년 세대를 바로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그를 높이 칭송한다. 그의 카우보이 십계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카우보이는 신의를 배반하지 않는다. 카우보이는 항상 진실만을 말한다'.

연예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주로 하는 말이 있다. '공인으로서 잘못 되었다. 팬들의 결정에 따르겠다'. 얼마가 지난 후 이들은 연예정보프로그램의 든든한(?) 후원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활동한다. 그러나 대중은 공중파 방송이 공익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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