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 함께 극복한다

학교 급식까지 중단될 정도로 가뭄이 심각해진 뒤 경북 북부지역민을 도우려는 손길들이 도처에서 답지하고 있다. 북부지역 가뭄은 갈수록 심해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함께 사는 아름다움 = 남양유업 안동집유소는 지난 5일부터 영양초교에 식수를 실어다 공급하기 시작, 이 학교가 7일부터 급식을 재개할 수 있게 했다. 집유소 측은 우유를 수거해 가면서 4.5t짜리 집유 차량 탱크에다 안동 상수도 물을 담아 하루 4∼10t씩 공급하고 있는 것.

입암 출신으로 대구에서 해태음료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기석(37) 소장은 매일신문 보도를 보고 "식수가 모자라는 학생들에게 먹을 물을 대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와 영양군청과 협의 중에 있다. 김 소장은 우선 2ℓ짜리 생수 1천800병을 고향 학생들에게 지원키로 했다.

'영양 온천개발'은 인근 일월면 도곡·가곡리 들에 농업 용수가 떨어지자 지난 5일부터 600만원을 들여 온천 시추공에서 용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40마력 짜리 수중모터를 560m 땅 속에 설치, 하루 500t의 물을 뽑아 올려 들판으로 보내고 있는 것.

'남영나이론'은 8일 영양군청에 가뭄 성금 1천만원을 지원했다.

문경에서는 문경읍 각서리 금석영(65)씨 등 5농가 4천여평 밭이 타 들어가자 일대 과수농가에서 에이스 분무기 6대, 읍사무소에서 스프링클러 18대, 한라건설에서 살수차 1대, 문경소방파출소에서 소방차 2대를 각각 지원해 물 주기를 도왔다. 마을 주민 50여명도 나와 소하천에 웅덩이를 파고 물을 끌어 올렸다.

금씨는 "이웃들이 이렇게 도와 주니 참으로 고맙다"며, "밭작물이 생기를 되찾아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물 부족으로 모내기를 못해 애 태우던 예천읍 용산리, 하리면 부초리 등 1천500여평의 논에는 7일 한국레미콘과 신영레미콘 회사 차량 20여대가 나가 100여대 분의 물을 공급해 모내기를 할 수 있게 했다.

◇헌신적 활동들 = 영양읍 상원리 오개나들소, 중소(沼) 일대에서는 영양읍 사무소 김근호(38) 담당 등 공무원 10여명이 내리쬐는 햇볕을 등에 지고 물길을 만드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다.

상수도 취수보가 말라 제한급수가 시작된 뒤 물 찾기에 나선 이들은 벌써 3단계째로 물길을 늘이고 있는 것. 지난달 29일부터 취수보에서 상류로 1.2km 떨어져 있는 선유굴소의 물 4천여t을 취수보로 보내기 위해 물길을 만들고 한방울의 물이라도 아끼려 비닐을 까는 등 물 확보 작업에 들어 갔었다. 그러나 이 물도 며칠 못가자 공무원들은 또 다시 2km 정도 더 떨어진 오개나들소까지 작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물조차 줄어들어 지금은 더 상류에 있는 중소의 물을 끌어 들이기 위해 또다시 1km의 물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에 동원된 장비만도 굴삭기 10대, 호스 6km, 5마력짜리 양수기 6대, 인근 주민들이 지원한 경운기 펌프 2대 등에 이른다.

7일 밤9시 의성 최악의 한해 지구인 봉양면 삼산리 고산보(洑) 굴착 작업 현장. 한밤이었지만 굴삭기의 굉음은 계속됐고, 양수기 8대는 쉴새 없이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횃불 아래 한줄로 늘어 선 30여명의 경찰관들은 폭 1m 남짓한 수로 안에 들어 가 삽질에 정신이 없었다. 그 곁에는 군인들이 보였고, 의용 소방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조금 떨어져서는 공무원 50여명이 교대로 삽질했다.

금성면 구지미 마을에서부터 고산보까지의 1km 구간에서 물을 찾고 있는 것. 김인택 경찰서장도 함께 삽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 출신이라는 노태철 수경은 "대도시에서 자라 농사를 몰랐지만 현장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농민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몸을 내던지니 농민들도 힘을 얻은 듯, 어느샌가 물고기 튀김 간식이 준비돼 나왔다. 한농 오용백(44) 봉양지회장은 "오늘의 이 희생들이 가을 추수의 즐거움으로 결실될 것"이라고 고마와 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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